[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급부상하고 있는 상품과 서비스의 비대면 거래, 비대면 의료서비스, 재택근무, 원격교육, 배달 유통 등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할 것”(14일 문재인 대통령)
“블록체인 관련 산업 규모는 연평균 80% 이상 성장이 전망되는 분야고, 정부가 효율적으로 지원한다면 우리나라가 블록체인 산업을 선점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17일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
문재인 대통령이 비대면 산업 육성을 강조한 지 3일 뒤 기획재정부는 블록체인 간담회를 열고 전폭적인 지원 계획을 밝혔다.
코로나19로 경제와 산업이 재편되는 ‘포스트코로나’에 대비해 정부가 비대면 산업에 집중하면서 블록체인이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실제 사용 사례들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올해를 기점으로 국내 블록체인 산업이 급성장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블록체인은 왜 비대면 핵심 기술인가=사람 간의 직접적인 접촉 없이 상품과 서비스 거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신원 등 ‘자격’이 확인돼야 한다.
금융기관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상품에 가입하고, 담당자 신분 확인 없이 중요 기관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비대면으로도 '신뢰할 수 있다’는 검증이 필수다.
바로 이 검증에 블록체인 기술이 사용된다. 블록체인은 모든 거래 참여자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대조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데이터를 위조하거나 변조하는 것이 원천 봉쇄된다. 덕분에 신원을 확인하고, 거래를 추적해 전반적으로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쏟아지는 블록체인 기반 비대면 서비스=최근 들어 IT대기업부터 블록체인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비대면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삼성SDS는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 ‘넥스레저’를 적용해 ‘실손 보험금 간편청구 서비스’를 시작했다. 병원에서 증빙 서류를 받아 보험사에 제출하지 않고도 카카오 알림톡만 누르면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 삼성SDS는 올해 말까지 간편청구 서비스 대상을 국내 주요 30개 병원과 8개 보험사로 확대할 계획이다.
LG CNS는 최근 AI(인공지능), 클라우드에 블록체인까지 결합한 ‘안면인식 커뮤니티 화폐’를 선보였다. AI 안면인식 기술로 신원을 파악한 후, 미리 등록된 블록체인 기반의 커뮤니티 화폐로 자동 결제 되는 방식이다. 지난달부터 서울 마곡 LG CNS 본사 지하 식당 배식 코너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LG CNS는 비대면 산업 성장에 맞서 일반 식당에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DID(분산ID) 기술을 활용한 블록체인 서비스도 비대면 분야에서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삼성전자·하나은행·우리은행·코스콤 등으로 구성된 블록체인 네트워크 '이니셜'은 최근 NH농협은행에 모바일 사원증을 상용화했다.
DID얼라이언스코리아에도 금융결제원, 신한은행, KB국민카드, 병무청 등 30여개 기관과 기업이 참여해 블록체인 기반 신원 증명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라온시큐어가 개발한 분산ID 기술 옴니원이바탕이 됐다.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마이아이디 얼라이언스도 상반기 중 주요 서비스를 내놓으며 속도를 낼 계획이다. 블록체인 전문 기업 아이콘루프의 DID 기술을 기반으로 했다.
별도로 아이콘루프는 블록체인 기반 방문 자격 인증 서비스 '비짓미'를 출시했다. 방문자의 신원을 사전 증명한 뒤 현장에서 비대면으로 출입 절차를 거치는 방식이다. 또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증명서 발급 서비스 '브루프'로 비대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금이 정부 지원 ‘골든타임’=블록체인 기반의 비대면 산업이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주축이 돼 진행되는 블록체인 시범사업 등 정부 주도 프로젝트가 더욱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블록체인 공공선도 시범사업(10개 과제)과 민간주도 국민프로젝트(3개, 컨소시엄)에는 각각 60억원과 45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이와 관련, 기재부는 블록체인 시범사업을 통해 시장 수요가 확인된 시범사업을 본사업으로 채택해 본격 추진키로 했다.
4800억원 규모의 블록체인 R&D 연구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현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예비타당성 평가를 진행 중으로 최종 결과는 6월 결정될 예정이다.
블록체인 시장이 대기업에 편중되는 것을 경계하는 시각도 따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정부가 지원하는 블록체인 사업을 독식하면 블록체인 기술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디지털 자산(암호화폐)을 블록체인과 분리하는 이분법적 접근도 재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자산과 블록체인 기술을 분리하는 방식으로는 블록체인 기술 활용에 한계가 있고 다양한 상용화 기술도 확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