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 vs 임차인’ 임대차 3법후 현장에서 크고 작은 분쟁 잇따라

집주인 “하자 보수 못 해줘” vs 세입자 “안 나가고 버틸 것”

임대차분쟁조정위 상담건수 급증, 정부 “위원회 6곳 신설”

“굳이 손해볼 필요 있나” 배려 사라진 임대차 시장, 여기저기 갈등만 [부동산360]
지난 7월 임대차 3법 등 정부의 각종 부동산 대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서울 을지로와 여의도 일대에서 열렸다.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집주인이 매도 의사를 밝히면 세입자가 집을 안 보여주려고 해요. 서로 믿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강해진 것 같습니다.” (서울 마포구 A공인중개사)

“원래는 화장실을 하자보수하면 그만큼 보증금이 올라갈 수 있다는 얘기를 (집주인과) 했었는데, 제가 계약갱신청구를 한다고 하니까 집주인 분이 ‘보증금을 조금밖에 못 올리니까 이제는 수리 자체를 못 하겠다’고 하시더군요.” (경기도 분당 중소형아파트 세입자 B씨)  

지난 7월 31일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 3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가을 이사철에 전반적인 공급 부족과 맞물린 전월세 시장은 이로 인한 혼란 상황에서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전세대란 장기화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이 극한까지 치닫는 경우도 적지 않게 목격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 9월 29일부터 상가건물에 대한 임대차보호법까지 적용되면서 주택임대차 시장의 혼란이 상가시장까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공인중개업계 관계자들은 “기존에는 시장에 맡겼을 때 자율적으로 조정됐었던 일이, 임대차법 시행 이후에는 해결이 더 까다로워지고 서로 간 얼굴을 붉히는 일이 되어버린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일부 집주인은 전월세상한제에도 불구하고 갱신 시 보증금을 크게 올린 이른바 ‘배짱호가’를 고수하기도 하고, 일부 세입자는 계약갱신청구권제를 빌미로 과도한 금전적 보상까지 요구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굳이 손해볼 필요 있나” 배려 사라진 임대차 시장, 여기저기 갈등만 [부동산360]

각종 통계에서도 이 같은 갈등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6일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접수된 분쟁 조정신청은 매달 증가하는 추세다. 7월 115건, 8월 131건에서 9월 149건으로 늘어났다.

상담 건수도 올해 7월31일부터 9월 30일까지 기준 1만7839건에 달해, 지난해 동일 기간(1만1103건) 대비 60% 가까이 급증했다. 이 기간 동안의 상담 유형을 살펴보면 임차보증금 반환 관련 내용이 3231건으로 가장 많았고, 임대차기간 관련(2897건), 적용범위(838건), 대항력(616건), 임차보증금 차임 증감(599건)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전월세 거래량도 계속 급감하고 있다. 5일 오후 기준 서울아파트의 10월 전월세 계약은 7745건에 그치면서, 직전월인 9월(9667건)보다도 줄어들었다. 신학기를 앞둔 올해 2월 1만9514건의 거래량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3분의 1 가까이 급락한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일 한 언론인터뷰에서 “과거 전세 계약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릴 때 약 7개월의 과도기적 불안정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임대차 3법 등 급격한 시장 변화로 과도기가 길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에게 고통을 초래한 태만과 독단을 사죄하기는커녕, ‘불편해도 기다리라’니 나라의 녹을 먹는 공무원이 감히 가질 수 없는 오만함”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주택시장 전문가들은 “향후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갈등과 분쟁이 결국 소송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의 지출이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상가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개정된 상가임대차보호법도 곳곳에서 허점이 발견되면서 향후 갈등 소지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례로 개정법에서는 계약 갱신을 할 때 건물주가 임대료를 5% 이상 증액할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보증금과 월 임대료를 합한 환산보증금이 9억원을 초과할 경우에는 제한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같은 고액 임차인의 경우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다.

임대차 시장의 갈등 우려 증가에 따라 정부는 지난 5일 서울과 인천 등에 주택 및 상가건물 관련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6곳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정에 실패할 경우 결국 민사소송을 통해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소송 비용 등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굳이 손해볼 필요 있나” 배려 사라진 임대차 시장, 여기저기 갈등만 [부동산360]
“굳이 손해볼 필요 있나” 배려 사라진 임대차 시장, 여기저기 갈등만 [부동산360]

bigroot@heraldcorp.com

국민에겐 불편아닌 고통, 전세대란이 저금리탓인가 [부동산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