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주택공급대책 시장 영향은
시장 ‘공급 확대 방향은 긍정적’
“당장 수급 불균형 해소 어려워”
강남 등 사업성 높은 곳에선 실효성 ‘글쎄’
[헤럴드경제=김은희·이민경 기자] 정부가 압도적인 물량공세로 승부수를 띄웠다. 서울 32만가구를 포함해 전국 대도시권에서만 83만가구 이상 쏟아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건설 기간도 2025년까지로 단축했다. 주택을 빠르게 많이 공급해 시장 불안을 잡겠다는 복안이다.
일단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그간 수요 억제에 주력해온 정부의 이같은 공급 확대가 평가할 만하다는 것이다. 실제 3기 신도시 등을 통해 추진 중인 공급계획을 합하면 물량은 200만가구가 넘는다. 공급량 자체가 많은 데다 시장에 충분한 물량이 공급된다는 신뢰가 형성되면 지금의 과열된 매수세도 안정화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다만 당장 집값 조정 효과를 볼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준공과 입주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지금의 수급불균형을 해소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개발 기대감으로 인한 단기적인 가격 상승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정부가 투기수요 유입 억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 주택공급대책 성공의 키는 무주택자의 불안심리를 잠재울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아무리 패스트트랙이라고 해도 공급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라며 “전세불안과 집값 상승, 청약 당첨 어려움 등으로 추격 매수에 나서려는 수요자가 어떻게 믿고 기다리게 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급 확대로 저렴한 신규 청약을 기다리는 무주택 실수요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정부의 계산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현 시세는 물론 일반분양보다도 저렴하게 공급하는 공공분양 물량이 서울에서 대거 공급된다면 더 이상 영끌을 안 해도 되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그러나 당장의 집값 안정효과는 알 수 없다고 봤다. 정부가 목표한 공급량 중 대부분이 민간의 자발적 신청을 전제로 깐 것이라 변동성이 크다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일단 성공사례가 하나 나와야 다른 곳에서도 원하는 사업지가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시적인 집값 안정을 예측하는 목소리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구축 아파트는 지금부터 사도 입주권이 안나오니 거래량이 끊길 가능성이 있다”며 “청약 대기 수요가 늘어나 일부 집값 안정 효과가 생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만 “신축아파트 선호 현상은 더 강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는 수년 뒤 주택 시장 쇼크가 올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의 계획대로 라면 2~3년 후부터 수도권에 입주물량이 60만~70만가구씩 쏟아지는데 공급이 너무 많아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단기적으로 집값을 자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규정 소장은 “택지지구를 지정해서 공급을 확대하고 규제를 완화해서 재건축 물량을 늘리면 투자 관심이 늘어난다”며 “정부가 초반부터 투기수요를 근절하겠다고 공언해왔는데 규제책이 잘 작동하는지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투기수요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사업 구역 내 기존 부동산의 신규 매입계약을 체결한 사람에 대해선 우선공급권을 배제할 계획이다.
이번 대책의 실효성에 대해선 의견이 나뉘었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지역에서는 효과적인 유인책이 되지만 서울 강남 등 중심지에서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함 랩장은 “정부의 발표내용을 보면 브랜드 선정 권한을 제외하곤 모든 자율성과 결정권한을 공공에 완전히 넘기는 것”이라며 “고급화 전략을 추구하는 단지들은 아무리 사업 속도가 빨라도 이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정부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협조하느냐도 중요한 요소라고 봤다. 지구지정과 용도 전환, 용적률 상향, 인허가 통합심의 등 지방정부가 조례로 결정하는 각종 정비사업 절차를 완화하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김덕례 실장은 “이번 공급대책은 시장에 꼭 필요한 대책”이라며 “정부의 의도에 맞춰 행정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서울시를 포함한 지방 정부가 적극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정부가 추진하는 재개발·재건축 사업과 역세권 개발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선 토지주들의 동의를 얻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는 토지주에 대해 충분한 수익을 보장하고 생활 인프라를 확충하는 등 공유할 계획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기존의 토지단독소유주가 고밀도개발에 참여하면 지분소유자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며 “이들에 대한 참여유인을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