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KT가 지난 1월 출범시킨 콘텐츠 전문법인 ‘KT스튜디오지니’가 계열사 간 ‘교통정리’ 문제로 시작부터 잡음이 일고 있다.
스카이라이프가 자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290억원을 들여 인수한 ‘현대미디어’를 KT가 미디어사업 재편 명분으로, 이른바 ‘가로채기’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스카이라이프 노조 측에 따르면 앞서 구현모 KT 사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신생 법인 KT스튜디오지니를 중간지주사로, KT 그룹 내 스카이TV 등 관련 회사를 통합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KT스튜디오지니는 KT가 그룹 내 미디어 콘텐츠 역량을 결집해 투자 및 기획, 제작, 유통까지 아우르는 콘텐츠 전문기업을 목표로 출범시킨 것이다.
스카이라이프 노조 측이 문제 삼은 것은 ‘스카이TV’를 KT스튜디오지니에 편입시키는 문제다. 스카이TV는 2004년 설립된 스카이라이프 자회사다. 2019년 말 기준 매출액 565억원, 당기순이익 65억원을 달성했다.
특히 스카이라이프는 스카이TV 경쟁력 강화를 위해 4911억원을 들여 현대HCN을 인수하면서 29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HCN의 자회사 현대미디어까지 인수했다. 스카이TV와 현대미디어를 통합, 스카이TV 자체 생존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 스카이TV가 KT스튜디오지니에 편입될 경우, 결국 스카이라이프가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인수한 현대미디어가 KT의 미디어·콘텐츠사업으로 넘어가게 된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스카이라이프 노조 측은 “결국 스카이라이프의 비용으로 인수해 KT의 미디어사업에 쓰이게 되는 꼴”이라며 “이는 현대HCN 인수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기도 해, 공정위가 현재 현대HCN의 인수를 심사 중인 상황에서 악재가 될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카이라이프 경영진은 우리의 피땀이 녹아 있는 자금으로 인수한 회사를 KT의 입맛에 맞춰 칼질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스카이라이프 성장성 훼손에 따른 기타주주 이익을 침해한다면 배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카이라이프 노조 측은 정식 성명서를 내고 본격적인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KT는 이달 KT스튜디오지니의 본격적인 사업계획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당분간 계열사 간 진통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