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당분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목소리는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한국인의 단 음료 섭취 빈도는 이와 반대로 가고 있다. 지난해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19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당 과잉 우려로 섭취를 제한하는 음료류는 지난 2009년 94g에서 지난해 247g으로 섭취량이 급증했다. 특히 20대의 경우 다른 연령에 비해 음료류 섭취량이 많았다. 달고나커피나 흑당밀크티처럼 젊은층 사이에서 유행되는 음료들은 대부분 당분이 많다.
식사 개념에서 벗어난 음료는 다른 음식에 비해 가벼운 마음으로 마시기 쉽다. 하지만 시중에 판매중인 가당 음료나 시럽이 추가된 라떼 또는 일반 과일주스에는 꽤 많은 당분이 들어있다. 평소 식단을 잘 관리하는 경우라도 매일 마시는 단 음료가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당분 음료의 가장 큰 위험성은 암과의 관련성이다. 의학전문지 영국의학저널(BMJ, 2019)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프랑스 연구팀이 성인 10만 여명의 자료를 9년 간 추적조사한 결과, 당분이 많이 든 음료는 전반적인 암 질환 위험과 높은 연관성을 나타냈다. 단 음료 섭취가 하루 100㎖ 늘어나는 것만으로도 암질환 위험은 18% 높아졌으며, 특히 유방암의 경우는 22% 상승했다. 가당 음료로는 소프트드링크나 밀크쉐이크, 에너지 드링크, 차와 커피, 과일주스가 포함됐다. 연구를 이끈 마틸드 투비에 박사는 “설탕의 해로움은 이미 잘 알려져있지만 가당 음료와 암 발병 사이의 상관성은 많이 연구되지 않았다”며 “이번 연구는 암 질환이 가당 음료 속 설탕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했다. 이어 “가당 음료를 가끔 마시거나 하루 한 잔 미만의 섭취는 괜찮지만, 하루 한 잔 이상 꾸준히 마신다면 질병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단 음료를 많이 마실수록 사망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도 있다. 성인 10만 여명의 자료를 추적조사한 미국 하버드대학 보건대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가당 음료를 매일 마시는 사람은 거의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28%, 심장병에 의한 사망 위험이 31%,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16%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의 바산티 말리크 영양학교수는 “이러한 상관관계는 매우 일관된 결과로 나타났다”고 강조하면서 “일주일에 한 두 번 정도는 크게 위험한 수준이 아니지만, 단 음료를 마셔도 되는 최적의 양은 제로”라고 엄격하게 말했다.
과도한 당분이 어떻게 암을 유발하는지, 그 경로를 밝힌 연구는 지난 2018년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발표됐다. 연세대 생화학과 백융기 교수, 세브란스병원 김호근·강창무 교수팀에 따르면 당분을 자주 섭취할 경우 체내에 ‘오글루넥’ 당 분자가 만들어지며, 이것이 암이 억제되는 회로를 망가뜨려 암이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연구진은 “지나친 당 섭취는 암 억제조절자의 기능까지 파괴한다”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미 세계암연구기금(WCRF)은 ‘암 예방 수칙’에서 “설탕이 포함된 단 음료”를 섭취 제한 음식으로 지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