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례 주산연 주택정책연구실장 인터뷰

“주택울분 사회는 국가 책임…공급 속도내야”

“주택도 재화…투자자산화 인정 않아 갈등 늘어”

불확실성 여전, 주택공급 확대 시급

2·4대책 차질없이 수행하되 민간 역할 확대해야

“꾸준히 시장에 공급 시그널 주며 심리 안정화”

“지금 주택시장은 언제 풍랑이 닥쳐올지 모르는 상황” [부동산360]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연합]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불안이 아니라 울분이래요, 주택울분. 집을 못 사서 속상한 게 아니라 화병이 날 지경이라는 거죠. 우리 사회가 어쩌다 집 문제로 울분을 갖게 하는 사회가 됐는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봅니다. 주택을 일단 많이 공급해야죠.”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30대 한 신혼부부의 주택매수기를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불안해서 샀다’는 말을 ‘울분’이라고 정정했다. 주택시장을 안정시키지도, 안정화를 기다릴 믿음을 주지도 못한 정부 탓에 ‘패닉바잉(공황구매)’이 이어졌다고 김 실장은 봤다.

울분은 어디에서 왔을까.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주택건설회관에서 만난 김 실장은 “정책의 영향도 있고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주택의 가치를 가격으로만 매기는 행태가 가져오는 부작용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주택을 투자자산으로 인정하지 않는 정부의 태도도 문제라고 김 실장은 지적했다. “주택도 하나의 재화입니다. 주택시장이 투자시장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죠. 정부가 ‘주택의 투자자산화’를 철저하게 인정하지 않으면서 오는 부딪힘이 최근 2~3년간 유독 심해진 것 같아요.”

김 실장은 “문제는 우리 사회가 가격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주택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잘라놓다 보니 시세보다 저렴한 집에 열광하게 됐고 능력에 맞게 주택을 선택하는 균형이 깨졌다”고 설명했다. 이런 행태가 재고 주택시장으로도 확대되며 시장 불안이 형성됐다는 얘기다.

그는 현 주택시장을 ‘고요한 파도 속에서 언제 풍랑이 닥쳐올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불확실성이 내재돼 있어 언제든 충격이 오면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해결책이 무엇이라고 단언할 수 없으나 공급 확대가 시급하다고 김 실장은 힘줘 말했다.

김 실장은 “3기 신도시가 조금 더 일찍 준비했더라면 다르지 않았겠냐. 정부가 출범과 함께 공급에 대해 논의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면서도 “공급 확대로 정책 궤도를 바꾼 것은 의미가 있다. 집이 많이 공급되면 가격은 조정받을 수밖에 없는 거니까요”라고 언급했다.

“지금 주택시장은 언제 풍랑이 닥쳐올지 모르는 상황” [부동산360]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

김 실장이 새 국토교통부 수장의 우선 과제로 2·4공급대책의 차질 없는 수행을 꼽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공급을 주택시장 안정의 출발점으로 본 것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로 추락한 공공 신뢰성을 회복하면서 지연되고 있는 주택 공급 일정을 당겨야 한다고 김 실장은 제언했다.

“2·4대책은 굉장한 모험이에요. 기존에 쓰지 않던 방식이기에 실현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어쩔 수 없지만 좋은 시도죠. 그러나 민간이 주도적으로 해왔던 공급에서 민간을 배제하다 보니 부작용이 뒤따르는 것 아닐까요.”

2·4대책을 추진하되 민간 정비사업이 가능한 사업장에는 길을 터줘야 한다고 김 실장은 주장한다. 그는 “공공이 들어가야 하는 사업장이 있고 그냥 두면 알아서 갈 사업장이 있다. 2·4대책이 만병통치약인 양 정비사업 전부를 하겠다는 건 곤란하다”며 “공공과 민간이 같이 가는 게 맞다”고 꼬집었다.

서울시의 저층주거지 보존이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유지에 대해서도 시각을 달리해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김 실장은 “저층 주거지를 보존·관리해야 한다거나 후대의 자산을 남겨야 한다는 주장이 잘못됐다는 건 아니지만 지금 서울에 사는 이들의 주거 선호나 안정성 등 가치와는 충돌한다”면서 “사람들이 어떤 가치에 공감하는 가를 면밀하게 따져보며 적정 수준에서 타협해야 한다”고 했다.

“공급이 현실화돼 사람들이 들어갈 타이밍이 되면 1기 신도시 때처럼 주택가격이 장기간 안정화될 겁니다. 그러나 당장 어떤 영향이 있느냐 물으면 ‘아무 영향이 없다’고 답할 수밖에 없어요. 그 시간을 어떻게 인내하고 버틸 것이냐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한 대목이죠.”

김 실장은 “심리적 불안감이 수요로 이어지지 않게 정부가 꿋꿋하게 공급을 계속하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꾸준히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장에서도 시간이 소요되는 공급정책의 특성에 대해 이해해줘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김 실장은 오는 26일 개최되는 ‘헤럴드부동산포럼 2021-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지속 가능한 주택 공급 방향’의 발표자로 나선다.이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 주택 공급정책과 시장 효과’에 대해 발표한다.

자세한 의견은 오는 26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열리는 ‘헤럴드 부동산포럼 2021’에서 들을 수 있다. 포럼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 된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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