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셋값 상승폭 크게 줄었으나
현장에선 “전세난 여전” 호소
전세 이중가격으로 인한 시장 왜곡
하반기 “시장 불안 가중” 관측 나와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세가 올해 들어 주춤하면서 전세시장이 진정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현장에선 시장 불안을 호소하는 세입자들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가격이 워낙 비쌀뿐더러 월세로 바뀌는 추세가 이어지며 물량 자체도 적다는 것이다.
정부는 통계를 바탕으로 ‘전반적인 안정세’라고 분석하지만 전문가들은 지난해 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전세 이중가격이 고착화되면서 나타난 착시현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2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 17일 기준 전주대비 0.03%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0.15%까지 치솟았던 주간 기준 상승률은 12월 초부터 서서히 상승폭을 줄였다. 올해 2월 셋째주 0.08%를 기록하며 0.1%대 안으로 진입했고 3월 말 0.03%까지 떨어진 이후 4월 넷째주(0.02%)를 제외한 매주 0.03%의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계절적 비수기와 신규 입주물량, 가격 급등 피로감 등으로 대체로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부동산원은 분석했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달랐다. 전셋값을 내린 곳도 일부 있으나 대체로 지난해 급등한 가격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신고가 또는 최고가와 근접한 수준에서 계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다수라고 현지 중개업계는 전했다.
통계상 전셋값 상승폭이 줄어든 이유는 이중가격 구조가 굳어진 데 따른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기존 전세계약 갱신건과 신규 계약건의 가격 차가 2배 가까이 벌어지면서 전반적인 가격 상승률을 낮추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대치삼성 전용면적 59.88㎡는 지난달 28일 보증금 6억51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아흐레 전인 19일 10억원에 전세거래가 이뤄진 것과 비교하면 3억5000만원가량 낮은 가격이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59.98㎡의 경우 지난달 두 건의 전세계약이 체결됐는데 보증금이 12억9000만원과 5억7403만원으로 두 배 넘게 차이 난다.
외곽의 중저가 단지도 상황은 비슷하다. 노원구 중계동 한화꿈에그린 전용 84.9㎡는 지난달 7억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으나 이달 17일에는 절반을 조금 넘는 3억9500만원에 전세거래가 이뤄졌다.
새로 전셋집을 구하는 이들에게 사실상 가격 부담이 가중되는 형태로 시장이 움직이다 보니 통계상의 ‘안정’ 신호에 공감할 수 없는 세입자가 많은 셈이다.
이런 가운데 올 하반기 전세시장 불안이 확대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절대적인 신규 물량 부족에 따른 수급불균형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입주물량 감소, 이주수요 유입 등이 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해 하반기 전세난이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오는 6월로 다가온 재산세 부과와 전월세신고제 시행이 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집주인이 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넘겨 전세를 반전세 또는 월세로 돌리거나 월세를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정부가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폐지까지 검토하고 있어 전세물량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임대사업자 물량이 추후 일반 전세로 편입되면 시세를 반영해 전셋값이 대폭 오를 가능성도 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세시장의 가뭄 현상이 이미 나타나고 있어 통계수치상의 안정적인 모습은 머지 않아 깨질 것”이라며 “하반기 전셋값 상승폭이 다시 커지며 가격 고공행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