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협 빌딩로드 대표

16년차 베테랑도 놀란 지난해 빌딩 투자 열풍

“빌딩은 아파트 대체재…여전히 규제 사각지대”

“깜깜이 사라지며 일반인도 투자…아파트시장처럼 될 것”

최소 1~2년은 활황…금리 3.5%까지 오르면 영향

“아파트 갭투자 대신 꼬마빌딩 빚투자…최소 1~2년 활황 계속” [부동산360]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일대 오피스 빌딩 밀집 지역.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빌딩시장은 ‘그들만의 리그’였죠.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어요. 아파트에 투자하던 사람들이 건물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전세 끼고 아파트를 사는 대신 대출 끼고 건물을 사는 거죠.”

오동협 빌딩로드 대표는 빌딩시장이 대중화의 길목에 서 있다고 봤다. 정부 규제로 아파트 갭투자가 막히면서 투자자의 시선이 빌딩으로 옮겨갔고 폐쇄적이었던 시장이 각종 정보 공개로 투명해지면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시장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물론 아파트를 처분한 10억~15억원의 종잣돈으로 접근할 수 있는 50억원 이하의 이른바 ‘꼬마빌딩’의 얘기다.

지난 14일 만난 오 대표는 마주 앉자마자 서울의 빌딩 거래량이 담긴 도표부터 꺼내 보였다. 2019년 월평균 240건이었던 서울 업무·상업시설 거래가 지난해 5월 이후 매월 320건 수준으로 확대됐고 올해 들어선 400건 안팎까지 늘었다는 내용이었다. 16년 차 빌딩시장 베테랑인 그도 최근의 투자 열풍은 놀라웠다고 했다.

오 대표는 “정부가 아파트 투기를 막겠다고 갖가지 규제를 하면서 투자자가 빌딩시장으로 넘어왔다. 매도자가 적은 시장에서 매수자가 많아지다 보니 추격매수가 이뤄졌고 시장에 물건이 바닥날 정도로 팔려 나갔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이 아파트의 대체재로 꼬마빌딩을 선택했다고 그는 분석했다.

“아파트 갭투자 대신 꼬마빌딩 빚투자…최소 1~2년 활황 계속” [부동산360]
오동협 빌딩로드 대표는 지난 14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주택시장 규제로 투자자들이 아파트 대신 빌딩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저금리 상황도 유지되고 있어 당분간 빌딩시장 전망은 밝다”고 밝혔다. [사진=김은희 기자]

아파트 갭투자나 꼬마빌딩 투자나 한 끗 차이라는 게 오 대표의 생각이다. 투자자들이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70%인 아파트에 30%의 자금을 넣고 갭투자 하듯 70%의 대출이 나오는 꼬마빌딩에 30%의 자금을 들여 투자한다고 했다. 그는 “아파트와 달리 건물 투자엔 이자가 나가지만 임대료를 받아 충당하면 사실상 같은 개념”이라고 부연했다.

오 대표는 이어 “10년 전 빌딩시장은 ‘깜깜이’였지만 지금은 공개된 정보가 많아 투자자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됐다”며 “문턱이 낮아지면서 투자자 나이대도 젊어졌다”고 전했다.

물론 빌딩시장도 많이 바뀌었다. 특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임대수익률은 쪼그라들었다. “전처럼 임대료를 받으려는 사람은 빌딩을 사면 안 돼요. 월세 받아 이자 내면 남는 게 없으니 메리트가 없죠.”

실제 임대수익보다는 가격 상승에 따른 매각차익이 빌딩투자의 주목표가 됐다. 말하자면 땅의 가치에 투자하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와 강남 인근의 서초·송파, 강남과 마주본 성수·한남·이태원 등 가격 상승 여력이 큰 지역에 투자수요가 몰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 대표는 국내 대표 빌딩 중개법인 원빌딩에 직원으로 입사해 팀장과 임원을 거쳐 4년 간 대표를 맡아 일해오다 최근 뜻한 바가 있어 독립했다. 빌딩시장이 아파트시장처럼 보편화하는 과정에서 더욱 많은 이에게 정보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오 대표의 책 제목처럼 어쩌다 건물주란 없을 테다. 그럼 어떻게 건물주가 될까. 빌딩 투자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동네 주변부터 살피는 게 좋다고 그는 강조했다.

“실패를 안 하는 게 성공 아니겠어요?” 수익성 확보만큼이나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는 게 오 대표의 지론이다. 그는 “부동산 특성은 지역마다 다르다. 잘 아는 동네를 먼저 봐야 한다”며 “과거와 현재를 알아야 미래를 예측하고 그래야 실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선 ‘부자가 사는 동네’에 주목하라고 제언했다. 임차인이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이자를 충당할 임대수익도, 투자의 결실인 양도차익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돈을 쓰는 건 부자”라며 “2만명이 만원씩 쓰면 2억원이고 5000명이 10만원씩 쓰면 5억원이다. 배후세대가 얼마나 있느냐 보다 배후세대의 소비력 규모가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했다.

최소 1~2년은 지금의 활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오 대표는 전망했다. 그는 “아파트의 인기가 시들진 않겠지만 시장이 실거주 위주로 바뀌면서 투자수요는 건물시장으로 밀려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저금리 고(高)대출로 자금 마련도 수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빌딩시장이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도 전망을 밝히는 대목이다.

다만 금리 인상은 불안 요소다. 오 대표는 “아파트 시장이 정책에 좌우된다면 빌딩시장은 금리가 최대 변수”라며 “소폭의 인상은 큰 영향이 없겠지만 현재 0.5%인 기준금리가 3.5%까지 오르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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