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 1억3000만원 넘게 올라
임대차법 시행 직전 4년10개월간 상승분 넘어
4년5개월 걸리던 억 단위 갱신도 불과 8개월 만에
고가 아파트보다 중저가 아파트 상승세 가팔라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1년 간 1억3000만원 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새 임대차보호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을 시행한 지 1년 만에 직전 약 5년치 상승분이 한꺼번에 오른 셈이다. 정부가 국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도입한 임대차법이 되레 가격 상승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전세 물건이 잠기면서 가격은 급등했고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는 움직임도 빨라졌다. 새 전셋집 찾기가 어려워졌을 뿐만 아니라 이미 계약을 갱신한 이들도 1년 뒤 ‘전셋값 폭탄’을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이 올해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전세난과 함께 전셋값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KB국민은행 리브온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6억3483만원으로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난해 7월(4억9922만원)보다 1억3562만원 올랐다. 이는 직전 4년 10개월(2015년 9월~2020년 7월) 동안 상승액 1억3502만원보다도 높은 금액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KB국민은행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1년 6월 2억4902만원에서 2014년 2월 3억25만원으로 올라 처음 3억원대를 기록했다. 이후 2016년 3월(4억244만원), 2020년 8월(5억1011만원), 올해 3월(6억562만원) 억 단위를 차례로 돌파했다. 4억원에서 5억원까지 오르는 데 4년 5개월이 소요됐는데 5억원에서 6억원까지는 고작 8개월 걸린 것이다.
경기·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의 경우 서울보다 상승 속도가 빨랐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7월 3억3737만원이던 수도권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이달 4억3382만원으로 9645만원 뛰었다. 직전 5년 3개월 동안 상승액(9522만원)보다도 큰 오름폭이다.
전셋값 상승세가 고가 아파트보다 중저가 아파트에서 두드러졌다는 점은 눈에 띈다. 분위별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 변화를 살펴보면 5분위 가격이 지난해 7월 8억6820만원에서 올해 7월 10억9722만원으로 26.4% 오른 반면 3분위 가격은 같은 기간 4억3841만원에서 5억7819만원으로 31.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1분위(27.6%)와 2분위(30.6%), 4분위(30.0%)도 5분위보다 상승률이 컸다. 서민층과 중산층의 전셋값 상승 부담이 더욱 컸다는 의미로 읽힌다. 5분위는 전셋값을 가격 순으로 5등분한 5개 분위 중 상위 20%를 말한다.
구별로는 전셋값이 비교적 저렴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과 고가 아파트가 즐비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가 전셋값 상승세를 견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년간 서울에서 전셋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도봉구로 상승률이 35.4%에 달했으며 ▷동대문구 32.2% ▷노원구 31.7% ▷송파구 31.4% ▷강북구 30.1% 등의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