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무려 185억짜리 바이올린… 초고가 이유가 ‘벌레’ 때문?”
경매 최고가 1590만달러, 우리 돈 약 186억5900만원에 달하는 초고가 명품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우스’. 화려하고 매끈한 음색으로 유명한 스트라디바리우스 소리의 비밀이 ‘벌레를 쫓기 위해 처리한 약품 때문’이란 새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스트라디바리우스는 18세기 이탈리아의 바이올린 마스터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와 그 가족이 만든 바이올린을 말한다.
23일 미국 텍사스 A&M대의 생화학자이자 바이올린 제작자 조지프 내기바리 교수는 최근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의 독특한 ‘화학 처리’가 다른 바이올린과의 차이를 만들어냈다고 주장했다.
내기바리 교수에 따르면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제작된 시기, 벌레가 나무를 갉아먹는 일이 매우 흔했다. 이에 스트라디바리 일가는 명반, 붕사, 구리, 석회수, 아연 등을 사용해 목재에 화학 처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연구결과, 바이올린의 표면뿐 아니라 목재 전체에서 붕사, 석회수 등의 흔적이 발견됐다.
내기바리 교수는 이러한 화학적 처리 방식이 바이올린의 독특한 음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물론 이 악기가 220년 동안 변함없는 소리를 낼 수 있게 도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화학 처리에 사용된 물질 중 하나인 붕사가 바이올린의 균열을 막았다는 것이다. 붕사는 고대 이집트에서 미라를 만들 때 사용했던 방부제인 동시에 살충제 역할을 한다. 내기바리 교수는 “스트라디바리 일가가 당시 지역 약사들과 협력해 바이올린의 내구성을 높이고 이 같은 소리를 만들어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내용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화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 최신호에 실렸다.
한편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은 ‘과르니에리’와 더불어 현존하는 바이올린 가운데 가장 비싼 바이올린으로 꼽힌다. 지난 2011년 일본 대지진 구호기금을 마련하는 자선경매에 출품된 ‘레이디 블런트’라는 별칭을 가진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우리 돈 약 186억5900만원에 낙찰된 바 있고, 이전에도 ‘몰리터’라 불리는 나폴레옹 소유의 스트라디바리우스가 39억원에 판매된 바 있다.
학계에선 이 값비싼 바이올린이 내는 소리의 비밀을 풀기 위한 연구도 끊임없이 이어진다. 앞선 연구에선 스트라디바리우스 소리의 비밀이 나무의 ‘나이테’에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