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이어 전국서도 수급지수 100 이하로
대출규제·금리인상에 매수세 위축
서울 전세수급지수 기준선 아래로
재계약 늘고 이사 수요 급감 영향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전국에서 약 1년반 만에 아파트를 ‘살 사람’보다 ‘팔 사람’이 더 많아졌다.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역대급 종합부동산세 부과 여파에 더해 내년 대통령선거라는 대형 변수를 앞두고 대부분 지역에서 매수세가 약화되고 있다. 또 서울에선 매매에 이어 전세시장에서도 수요가 줄면서 2년여 만에 전셋집을 찾는 수요자보다 세입자를 구하는 집주인이 더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9.2로, 지난해 6월 22일(99.9) 이후 약 1년6개월 만에 기준선(100) 밑으로 떨어졌다.
이 지수는 부동산원의 회원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공급·수요 비중을 지수화(0~200)한 것으로, 기준선을 중심으로 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수요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이어 전국에서 집을 사겠다는 사람보다 팔겠다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이번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6.4로, 4주 연속 100선 아래서 하락세를 이어갔다. 주요 5개 권역인 도심권(96.1), 동북권(95.3), 서북권(95.6), 서남권(97.2), 동남권(97.3)의 수치가 일제히 전주보다 더 떨어지며 ‘매수자 우위’ 분위기를 굳혔다.
올 들어서만 아파트값이 20.5% 상승한 경기의 상황도 달라졌다. 경기의 매매수급지수는 98.4를 기록, 2주 연속 100을 밑돌았다. 인천의 지수는 101.4로 기준선 위에 머물렀으나, 8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며 100에 다가섰다. 지방에선 부산(98.6), 대구(88.7), 세종(88.1) 등이 기준선에서 더 아래로 향했다.
이 같은 추세는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으로 매수세가 주춤한 사이 종합부동산세 부과, 집값 하락 우려 등으로 집을 매도하려는 사람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주 수도권 아파트값은 0.14% 올랐으나 9주 연속 오름폭을 줄이면서 매수심리가 확연히 꺾인 모습을 보여줬다. 세종은 매수세 위축에 입주물량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7년4개월 만에 가장 큰 폭(-0.33%)으로 아파트값이 하락했다.
전세시장에선 세입자를 기다리는 집주인이 더 많아졌다. 이번주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99.1을 기록해 약 2년2개월 만에 기준선 아래로 하락했다. 지난주 1년반 만에 세입자 우위로 돌아선 경기는 99.8로, 2주 연속 100을 하회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 아파트 전세수급지수(100.0)는 기준선에 턱걸이했다.
이는 새 임대차법 도입 이후 전셋값이 크게 오른 데다 전세자금대출 규제까지 겹쳐 지역 간 이동이나 면적을 늘려 이사하려는 수요가 급감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기존 세입자 상당수가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등으로 재계약에 나서면서 신규 전세계약이 뜸해진 상황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이후 전세 수요 증가를 예상했던 공인중개사 사이에서는 “신규 계약의 씨가 말랐다”는 말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시장은 투기적 수요보다는 실수요에 따라 움직이므로 수요 조절이 쉽지 않다”면서 “다만 내년 중순은 새 임대차법 시행 만 2년이 되는 해로, 2020년 하반기 이후 전세 재계약을 했던 세입자들이 새 계약을 맺어야 하는 시점이 오는 만큼 전세시장의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