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 아파트값 하락지역 속출
GTX 호재 급등했던 지역도 내림세
서울 관악·경기 하남도 보합 전환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올 들어 거침없이 상승했던 수도권 아파트값에 점차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관악구와 경기 하남시 아파트값은 이번 주 상승세를 멈췄고, 동두천과 화성시는 하락 전환했다. 이 같은 하락세가 수도권 곳곳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1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13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08% 올라 지난주(0.10%)보다 오름폭을 축소했다.
서울에서도 관악구 아파트값은 지난해 5월 셋째 주 이후 처음 상승을 멈추고 보합 전환했다. 관악구는 중저가 단지를 찾는 수요가 몰리면서 지난 8월 주간 상승률이 0.22~0.26%에 달했으나, 최근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으로 매수세가 약화하고 시세보다 내린 가격에 일부 거래가 이뤄지면서 수치 변화가 나타났다. 지난달 말 한차례 보합 전환했던 강북구는 2주 연속으로 0.01% 올랐고, 광진·도봉·금천구(0.02%) 등이 보합권에 가깝게 다가섰다.
경기 아파트값은 0.11% 올랐으나 10주 연속 상승폭을 줄였다. 화성시는 지난주 0.11%에서 이번 주 -0.02%로, 동두천시는 0.01%에서 -0.03%로 각각 하락 전환했다. 아파트값이 하락한 건 각각 2019년 10월 둘째 주(-0.01%) 이후 2년 1개월, 지난해 9월 셋째 주(-0.04%) 이후 약 1년 2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들 지역은 수도권에서도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인식 속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교통 호재가 부각되면서 투자 수요가 대거 몰렸고 집값이 급등했던 곳으로 꼽힌다. 올 들어 이달 13일까지 누적 상승률은 화성시가 19.71%, 동두천시가 21.60%에 달한다.
그러나 최근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급매물이 속속 나오고, 직전 거래가보다 낮아진 가격에 거래도 이뤄지고 있다. 시장에선 GTX 호재 등을 바탕으로 타지역과 ‘키 맞추기’했으나, 실수요층이 뒷받침되지 않은 지역부터 집값이 조정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권에선 지난주 0.05% 올랐던 하남시가 이번 주 보합 전환했다. 광명 역시 0.07%에서 0.02%로 상승폭을 낮추며 보합권에 가까워졌다. 수도권에서 수요자의 선호가 높았던 지역마저 단기 급등 피로감과 대출 규제,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휘청대는 분위기다.
임병철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여신 축소와 금리 인상 등 금융 규제 강화 여파로 그간 집값 상승세를 견인했던 외곽지역의 매수세가 더 위축되고 매물도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오는 23일 2022년도 공시가격(단독주택) 공개를 앞둔 상황에서 시장은 더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부는 이달 내년도 표준 단독주택과 표준지, 내년 3월 초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공시가격이 ‘현실화 로드맵’에 따라 올해보다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뜩이나 보유세 부담에 얼어붙은 매수심리가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수도권에서도 지역에 따라 가격이 일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만, 내년 대통령 선거 등 대형변수가 남은 만큼 집값이 급락하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