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세계 이차전지 제조 시장에서 한국이 중국의 점유율을 맹추격하고 있는 가운데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은 반대로 중국이 한국을 빠르게 뒤쫓고 있다. 우리나라가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을 폐배터리에서 추출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 개발한 가운데 중국도 폐배터리에서 리튬을 뽑아내는 기술을 속속 발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폐배터리는 리튬, 니켈, 망망간, 코발트 등 각종 원자재를 추출할 수 있어 ‘도시광산’이라 불린다.
최근 중국 연구진은 폐기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서 리튬을 선별적으로 회수하기 위해 공기 산화수 침출(air oxidation–water leaching)을 사용, 높은 리튬 용출 효율과 리튬 및 철의 우수한 분리 효과를 동시에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성과를 담은 논문이 영국왕립화학회(RSC)의 저널 그린케미스트리(Green Chemistry)에 게재됐다.
저렴한 비용과 안전성, 뛰어난 열 안정성, 우수한 성능으로 중국에서 리튬인산철 배터리 사용이 급증하고 있는데, 배터리의 제한된 수명(8~10년)으로 인해 사용 후 배터리를 적절하게 처리하지 않으면 독성 전해질, 기타 유기 화학 물질로 인한 심각한 환경 오염을 초래할 수 있다.
연구진은 “낮은 리튬 회수율과 높은 시약 및 폐수 처리 비용 때문에 폐 리튬인산철 배터리의 재활용을 위한 현재의 접근 방식은 경제성이 떨어진다”면서 “폐 LFP 전지에서 리튬을 선택적으로 회수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존 산화제를 대체할 뿐만 아니라 저렴하고 친환경적이며 효율적인 산화제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폐배터리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기술은 SK가 세계 처음으로 개발한 바 있다. 작년 3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금속 재활용기술의 친환경성이 미국 에너지성(DOE) 산하 연구기관 아르곤 국립 연구소에서 배터리 생애주기 평가(LCA·Life Cycle Assessment)를 통해 검증됐다.
LCA란 원료 및 에너지의 소비, 오염물질과 폐기물의 발생 등 생산·유통·폐기 전 과정에 걸쳐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에너지 사용량과 오염물질 방출량을 산정해 환경경영의 구체적인 방안을 찾을 수 있다.
아르곤 연구소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금속 재활용 기술을 통해 수산화리튬을 제조하면 리튬광산 생산방식 대비 74%, 리튬호수 생산방식 대비 41% 가량 온실가스 발생량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평가했다. 또 리튬이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 제조시 리튬광산 원료 대비 47%, 리튬호수 원료 대비 39%의 온실가스 발생량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 기술의 핵심은 사용 후 배터리에서 회수된 리튬이 NCM811 등과 같이 하이니켈(High Ni) 양극재 제조에 직접 활용될 수 있도록, 리튬을 수산화리튬 형태로 우선 추출한 후 NCM 금속을 추출하는 형태다. 이를 특징으로 니켈, 코발트, 망간 회수 기술에서도 화학물질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저감할 수 있어 더욱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그간 배터리 자체는 친환경이지만, 배터리 소재인 주요 광물 채굴 과정은 고온의 화학물질을 사용해 황산화물(SOx) 등 대기오염 물질이 대량 발생하는 등의 환경문제를 야기하고 있어 최근 전세계적으로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기술이 주목받아 왔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대부분의 재활용 업체들의 습식공정 방식은 니켈, 코발트, 망간 등 핵심 물질 회수 후 리튬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하이니켈 배터리에 적용이 어려운 탄산리튬 형태 이며 회수율 및 순도가 낮아 재활용에 한계로 지적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