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요즘에는 배달비 3000원은 기본, 5000원도 자주 보여요. 배달비 ‘무료’라고 해서 눌렀더니 10만원 이상 주문해야 무료라는 곳도 있네요. 말이 됩니까? 배보다 배꼽이 더 비싼 것 같아서 배달 안 시킨 지 꽤 됐습니다.”(소비자 A씨)
지속적인 배달비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배달비가 부담스러워 “더는 시켜먹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배달 서비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배달비 인상 여파로 배달시장 성장도 주춤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배달비 비싸서 안 시킨다”…배달 앱도 휘청?
28일 서울연구원은 표본 12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배달 서비스 이용 현황’ 설문조사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최근 배달비 인상 이후 음식배달 서비스 이용 빈도가 줄었다고 대답한 비율은 31.1%에 달했다. 10명 중 3명이 배달비가 부담스러워 배달 서비스 자체를 이용하지 않게 된 것이다. 과거 배달 서비스를 이용했지만 최근 3개월 동안 이용하지 않게 된 응답자들의 절반 이상(52.3%)이 ‘배달 음식·배달비 가격 상승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꼽았다.
실제 지난달 주요 배달 앱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소폭 감소했다.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배달의민족 1월 2072만→2069만명 ▷요기요 1월 892만→887만명 ▷쿠팡이츠 658만→628만명으로, 한 달 사이 MAU가 적게는 3만명에서 많게는 30만명까지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2월은 전달에 비해 배달 수요가 적은 배달 ‘비수기’이기 때문에 줄어드는 것이 당연하다”면서도 “배달 앱시장이 워낙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만큼 향후 코로나19 사태 직후만큼 성장을 보이기는 어렵다. 배달비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부정적으로 변하는 것도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적정 배달비는 2000원”…사실상 어려워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원하는 배달비는 얼마일까. 서울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적정 배달비로는 ‘2000원 이하’(57.3%)라고 응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 ‘2000원 초과~3000원 미만’이라는 응답은 34.8%였다.
하지만 음식점주들은 2000원 이하 배달비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배달기사를 부르기 위해 지불하는 배달수수료가 올라 남는 게 없다는 것. 음식점주는 배달 주문이 발생하면 배달대행업체나 배달 앱을 통해 배달기사를 부르고 ‘배달수수료’를 지급한다. 배달시장 초기만 해도 음식점주들은 배달수수료를 전부 부담했다. 많아도 1000~2000원 정도만 소비자 부담 배달비로 설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음식점주의 희생이 바탕이 된 ‘공짜 배달’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배달수수료가 인상되면서 이를 배달비나 음식 가격에 반영하는 점주들이 많아졌다.
서울 지역 배달대행업체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본 배달수수료가 3000~3500원 수준에서 4000원대로 올랐다. 거리, 날씨 등 할증이 더해 최종 배달수수료가 책정된다. 배달의민족 배민1, 쿠팡이츠 등 배달 플랫폼의 배달 서비스도 만만치 않다. 각각 6000원, 5400원을 고정 배달비로 받는다. 배달 플랫폼이 수취한 배달비는 기사에게 지급하는 배달수수료의 재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