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해 예뻐서 용서” ‘분노유발’ 카톡방, 못 없애나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엄연한 공개수배자를 외모가 예쁘다며 용서한다니…이런 범죄 옹호 카톡방 제재는 못하나요?”

가평 ‘계곡 살인’ 사건 용의자로 공개 수배 중인 이은해(31)를 옹호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 개설돼 논란이다. 카톡방 참가자들은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이은해 외모를 칭찬하는 등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책 위반 소지가 있는 발언이지만, 완벽한 삭제를 위해서는 이용자들 신고가 반드시 필요하다. 앞서 ‘n번방’ 운영자 조주빈의 블로그 운영에 이어 SNS상 범죄자 옹호 및 대리 게시 문제가 또 다시 불거지는 모양새다.

11일 오전 카카오톡에 ‘이은해’를 검색하면 다수의 ‘팬톡방’이 노출됐다. 본인들을 이은해의 팬이라고 자처한 참가자들은 소수로 이뤄진 오픈채팅방에서 이 씨를 옹호했다. 한 채팅방 공지글에는 “범죄는 중요하지 않다. 얼굴이 중요하다. 예쁘면 무든 게(모든 게) 용서된다”고 적혀있었다. 또한 “가스라이팅을 왜 당했나”, “전부 본인이 한 것”이라는 등 피해자 탓을 하는 내용의 글도 눈에 띄었다. 지금은 카카오 측의 조치로 상당수 대화방이 노출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비슷한 카톡방들이 암암리에 운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카톡방 대화는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는 내용이다. 카카오 운영정책에 따르면, 폭력성·혐오성 등이 포함된 정보의 경우, 그 수준에 따라 해당 이용자에 대해 카톡 일부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거나 오픈채팅 홈 검색 결과 노출 제한, 게시글 노출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폭력 행위를 흥미 위주로 희화화·미화하거나 범죄 방법을 상세히 표현하는 것도 해당된다.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 역시 제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이용자들의 신고를 기반으로 진행된다. 단순히 ‘이은해’라는 단어가 필터링 될 수 없고, 모든 오픈채팅방 대화를 완벽히 제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용자들의 적극적인 신고가 가장 빠른 해결책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해당 채팅방은 범죄 용의자를 두둔하고 있기 때문에 살인 사건을 미화하는 등의 내용이 유통될 수 있어 운영정책에 따라 검색 결과에 노출되지 않도록 관리할 예정”이라며 “방 개설까지 제한할 수는 없지만, 고인을 능욕하는 대화 등에 대한 신고가 발생하면 이에 대해 제재가 가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가 늘면서 범죄자 옹호, 범죄자 대리 게시 등의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앞서 지난 2월에는 미성년자 성 착취물을 만들고 텔레그렘 ‘박사방’을 통해 유포한 혐의로 징역 42년을 확정받은 조주빈(26)의 ‘옥중 블로그’가 논란이 됐다. 법무부 조사에 따르면, 이는 조주빈이 외부로 보낸 서신을 누군가가 대리로 게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블로그는 이용자들의 신고로 결국 차단됐다. 당시 네이버 측은 “네이버 이용 약관 및 운영 정책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한 결과, 위반한 항목이 확인돼 운영 제한 조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