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마진·수출 ‘3박자 반등’ 영향 호실적
현대重그룹은 정유 제외시 적자로 돌아서
그룹 입장서는 실적방어 및 시간확보 ‘효자’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정유사들이 국제유가 상승, 정제마진 개선, 수출물량 급증 등의 영향으로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초과이윤에 대한 조세(횡재세)를 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각 정유사들이 속한 그룹 차원에서 이번 호실적의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룹 입장에서는 다른 부분이 부진을 떨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유의 약진으로 일정 부분 실적 방어에 성공하는 한편 친환경 등 미래 산업으로의 전환에 시간을 벌어주는 셈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SK그룹에서 에너지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는 SK이노베이션은 올 2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19조9053억원, 영업이익 2조3292억원을 달성했다. 작년 동기 대비 매출은 76.9%, 영업이익은 318.9% 증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SK이노베이션 매출 중 SK에너지 등 석유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70%다. 상반기 통틀어서는 68% 수준이다. 2분기 전체 영업이익 중에서는 석유부문이 96%나 담당했고, 상반기 기준으로는 94%다. 배터리 등 신사업 부문이 아직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SK에너지 등 석유 사업 자회사들은 듬직한 효자 노릇을 해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SK이노베이션은 SK그룹 전체 내에서의 영향력도 상당하다. SK㈜의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그룹 전체 매출(45조원) 중 SK이노베이션(16조원)이 36%를 담당, 계열사 중 최고를 기록했다. 영업이익(1조6000억원)도 전체(7조원)의 24%를 차지, SK하이닉스(41%) 다음으로 많았다.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실적이 전 분기보다 더 개선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 2분기에는 SK이노베이션의 무게감이 더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GS그룹의 지주사 ㈜GS는 연결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1조527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14.7% 증가했다. 2분기 매출은 7조2627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63.5% 증가했다. 순이익은 9363억원으로 355% 늘었다. 이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3.9%, 영업이익은 22.9%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라 GS는 상반기 실적은 매출 14조2498억원, 영업이익 2조7705억원을 기록했다. 그룹의 정유사인 GS칼텍스(지분구조상 50%만 반영)는 2분기 ㈜GS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111%, 70%씩 담당했다. 이로써 상반기 ㈜GS 매출 중에서는 GS칼텍스가 75%를 차지했고, 영업이익에서는 58%를 감당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사인 HD현대는 2분기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5조7540억원, 1조235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48.9%, 569.5% 증가한 수치다. 순이익은 4292% 늘어난 9575억원으로 집계됐다. 조선 등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기간 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HD현대의 선전에는 유가 상승 혜택을 누린 정유 계열사 현대오일뱅크의 역할이 컸다. 현대오일뱅크는 매출 8조8008억원, 영업이익 1조3703억원을 기록했다. 이로써 그룹 전체 매출의 56%, 전체 영업이익의 111%를 담당했다.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할 경우 그룹은 적자로 돌아선다는 것이다. 상반기 기준으로도 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은 전체의 102%를 차지했다.
다른 정유사인 S-OIL은 2분기 11조4424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는데 이중 석유부문이 9조2521억원으로 81%를 담당했다. 영업이익은 1조7220억원으로 이 중 석유가 84%(1조4451억원)를 차지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석유부문이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의 각각 79%, 87%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