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응찰자 최다 2위·4위 물건 매각
시세 대비 감정가 저평가 된 물건
응찰자 많지만 낙찰율가는 100%도 못 넘어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부지법 경매5계·경매7계. 이날 법정 앞은 경매에 나선 참가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300여명에 이르는 참여자들이 법정을 못 들어가 밖에서 대기하는 상황까지 벌어졌고, 서로 밀치지 말라며 고성까지 오갔다.
최근 부동산 경기침체와 함께 싸늘해진 경매시장 속 낯선 풍경이다.
이날 이같은 소동이 벌어지게 된데는 3건의 주요 매각 물건 탓이었다. 특히 이날 진행된 28건(5계 20건·7계 8건) 가운데 올해 가장 많은 응찰자 수 2위와 4위가 포함됐다.
우선 2위에 해당하는 감정가 2억 3300만원짜리 공덕동 36㎡ 오피스텔은 그 응찰자 수만 63명에 이르러 2억 3220만원(낙찰가율 99.65%)에 낙찰됐다. 또 응찰자 수 4위인 감정가 6940만원 은평구 역촌동 35㎡ 빌라엔 응찰자라 46명이 몰려 1억 2420만원(낙찰가율 179%)에 낙찰됐다. 두 매각 물건 모두 특별한 정비사업 등의 호재가 있다기 보다는 시세 대비 감정가 자체가 저평가 된 물건라는 분석이다.
이날 공덕동 오피스텔을 낙찰받기 위해 경매에 참가했다는 한 30대 변호사는 “최근 경매시장이 조용하다는 소문을 듣고 틈새 상품을 찾아 와 봤는데 경매법정에 이렇게 사람이 많은 것은 처음 봤다”며 “불경기에도 그 가치만 인정받는 다면 충분히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다 생각했는데 다들 나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낙찰을 받아도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상황도 나온다. 이날 경매7계에서 진행된 감정가 9억 6200만원짜리 은평구 응암동 백련산힐스테이트1차 전용면적 84㎡ 아파트는 응찰자만 29명에 이르렀다.
낙찰가율이 86.28%인 8억 3000만원이었는데 문제는 1위와 2위의 응찰가격에 있었다. 2위 가격이 7억 5150만원(감정가 대비 78.12%)으로 1위와 가격차이가 8000여만원에 이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해당 사례에서 두가지 시사점을 지적했다. 응찰자수가 29명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낙찰가율이 90%에도 못 미칠 정도로 응찰자들이 투자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번째 주목할 점은 1위와 2위의 가격차가 매우 크다는 것이다. 실제 해당 아파트는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9억 9500만원에 매매된 것이 마지막 손바뀜이다. 해당 거래보다는 경매를 통해 1억 6000여만원 싸게 샀다고 볼 수 있지만 28명이 7억 5150만원(2위 가격) 이하를 응찰가격으로 써냈다는 점에서 1위가 최근 집값 하락세를 눈치채지 못하고 ‘오버페이’ 했다는 것이다.
같은날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진행된 삼성동 아이파크 2채(감정가 50억원·51억원)와 서울 잠원동 신반포청구(25.5억 원) 경매 물건에 아무도 입찰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최근 경기침체가 우려되며 시세보다 지나치게 낮게 감정된 물건들 중 비교적 낮은 가격에 접근이 가능한 물건들은 인기가 있는 반면 과거 인기가 많았던 강남 아파트들의 경우 그 가격 하락이 바닥을 모르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가격대가 높은 강남에서는 응찰자가 없고, 응찰자가 많은 강북 아파트에서도 대부분이 최근 실거래가보다 크게 낮은 가격을 써냈다는 점에서 아파트 경매시장이 꺾인 것은 틀림 없다”면서도 “시세대비 크게 저렴한 물건이 나오는 경우 투자자들이 크게 몰리는 것을 보면 아직 부동산에 희망을 걸어보는 수요도 분명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