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 13일 만에 마약 찾은 에이미…“강요 의한 투약이라더니…”
[연합]

[헤럴드경제=이명수 기자] 비자발적으로 감금된 상태에서 강요로 인해 마약에 손을 댔다고 주장한 에이미(본명 이윤지·40)는 마약류 투약으로 강제 추방까지 됐던 전력이 무색하게 한국 땅을 밟은 지 보름도 되지 않아 마약을 찾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9일 이씨의 마약류관리법 위반 사건 판결문을 보면 이씨가 마약을 찾은 건 2021년 2월 2일이다. 강제 추방된 뒤 5년 만에 새 출발을 다짐하며 입국한 지 13일 만이다.

이씨는 메신저를 통해 마약류를 주문했고, 공범인 오모(37)씨가 매매대금을 보내는 방법으로 두 사람은 메트암페타민(필로폰)을 손에 넣었다. 두 사람은 8월에만 4차례나 더 같은 수법으로 필로폰과 케타민을 매매했다.

이씨는 구매한 마약류를 여섯 차례에 걸쳐 투약하고도 8월 24일 또다시 마약을 구매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는 이틀 뒤 경기 시흥시 한 상가건물 여자 화장실에서 이를 찾아가려다가 잠복 중이던 경찰관에게 붙잡혔다.

결국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오씨와 나란히 재판에 넘겨져 2012년과 2014년에 이어 또다시 피고인석에 앉았다.

이씨는 법정에서 "오씨로부터 폭행과 협박 등을 당해 감금된 상태에서 비자발적으로 마약류를 매매, 투약, 수수한 것이므로 이는 강요된 행위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여러 사실을 근거로 이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씨 진술에 의하면 이씨가 스스로 연락하는 방법으로 마약류를 매수했고 그 과정에서 폭행이나 감금 등을 한 적은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과 이씨가 비교적 자유롭게 모텔 밖으로 나가 B씨의 지인과 이야기를 나눴던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이씨가 마약 판매인과 대화하며 '술, 케이, 허브, 캔디'와 같은 마약류 관련 은어를 적극적으로 쓰면서 품질이 좋다고 이야기한 점에 더해 투약 성공 후기까지 써준 사실도 이씨의 주장을 배척하는 사유로 삼았다.

오씨로부터 지속해서 폭행당했다는 주장과 달리 교도소에 수용될 당시 신체검사에서 외관상 아무런 상처도 발견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오씨가 폭행과 협박을 행사한 사정들이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심리적·육체적으로 마약류를 매매·투약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의 폭행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이씨가 자발적으로 범행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1심은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며 이씨에게 징역 3년을, 오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씨는 동종 전과로 2회 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있고, 국외로 추방됐음에도 다시 입국한 뒤 보름이 채 되지 않아 오씨와 함께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나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범행을 자발적으로 저지르고도 오씨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판결에 불복한 이씨는 항소심에서도 원심에서와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지난 8월 중순 열린 결심공판에서는 "5년 만에 힘들게 입국해 들뜬 마음과 기대감에 너무 쉽게 사람을 믿고 기대했던 것 같다. 앞으로 매사에 조심하고 신중하게 행동하겠다"고 사죄의 뜻을 밝히며 선처를 요청했다.

원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구형했던 검찰은 "1심에서 법률을 잘못 적용한 착오가 있었다"며 징역 5년을 구형했으나 형량은 바뀌지 않았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황승태 부장판사)는 "이씨가 오씨의 폭행, 협박, 강요 등으로 어쩔 수 없이 마약류를 매매, 투약, 수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심의 양형인자 선정 및 평가는 정당하다"며 피고인들과 검찰이 낸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