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재고 크게 늘어
SK하이닉스 매출도 3조5587억 줄어들 듯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급속도로 침체되면서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매출 전망치가 3개월 만에 4조원 이상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전반적인 하락세 속에서 반도체 판매 1위 경쟁은 더욱 치열해져 삼성이 대만의 TSMC에 왕좌를 내줄 수 있다는 예측도 따르고 있다.
2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삼성전자의 매출 전망치는 79조1391억원으로 추정됐다.
이 수치는 불과 3개월 전 추정치인 83조8307억원보다 4조6916억원 감소한 수치다.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역시 같은 기간 17조419억원에서 13조217억원으로 약 4조원 가량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실적 전망치는 최근 1년간 금융투자업계가 내놓은 관측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실적 악화의 배경으로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가 꼽힌다. 금리인상 등 영향으로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면서 스마트폰, PC, TV 등 정보기술(IT) 기기 시장이 위축됐고, 각 완제품 제조사는 반도체 구매량을 줄였다. 실제로 위기가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국내 7월 반도체 재고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 증가했고, 8월 반도체 수출액은 26개월 만에 7.8%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뿐 아니라 글로벌 주요 메모리 업체들도 실적 하락세가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매출이 12조5818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3개월 전 매출 추정치에 비해 3조5587억원 감소했다.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 3위 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지난 5~8월 매출 추정치가 지난 6월 내놨던 전망치(68억~76달러)를 밑돌 수 있다고 예고했다. 낸드 플래시 시장 4위 기업인 웨스턴디지털도 부진한 매출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한 상태다.
삼성 반도체나 SK하이닉스의 주된 매출로 지목되는 D램에 대한 전망이 부정적이란 점이 우려 요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NH투자증권은 기존에 D램 가격 하락세를 올해 7%, 내년 8% 수준에서 각각 9%, 12%로 전망치를 수정했다. 유안타증권은 내후년인 2024년에도 D램에 대한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 시장 악화가 우려된다고 봤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8월 PC용 DDR4 8Gb 제품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2.85달러로 전월 대비 1.04% 하락했다. 올해 1월 8.09% 하락한 뒤 석 달째 제자리걸음을 하다가 5월에 1.76% 하락했다. 이어 7월에는 무려 14.03% 급락해 평균 가격이 3달러를 밑돌게 됐다. 낸드플래시(메모리카드·USB용 128Gb) 역시 4.42달러로 전월대비 1.67% 내려가며 지난 6월 이후 3개월째 하락세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글로벌 반도체 시장 판매 1위 자리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분기 반도체 부문 매출액은 203억달러(약 28조2200억원)로 세계 1위 점유율을 유지했다. 하지만 앞서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TSMC의 3분기 매출이 202억달러를 기록, 삼성전자(183억 달러)와 인텔(150억 달러)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반도체 공급 과잉, 글로벌 수요 감소·재고 증가에 따른 가격하락, 중국의 빠른 기술추격, 미·중 기술패권 경쟁 심화 등의 리스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지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