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큰일 났다?” 중국산 선글라스 뭐길래, 150조 다 뺏길 판
중국 AR글라스업체 '엔리얼(Nreal)'은 지난 28일 자사 AR글라스 '엔리얼 에어'의 국내 판매를 개시했다. 삼성, LG 등 한국 기업이 주춤한 사이 글로벌 XR(확장현실)기기시장은 미-중 대결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사진은 '엔리얼 에어'. 김민지 기자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150조원 될 시장인데… 한국 주춤한 사이 미국·중국이 ‘싹쓸이’한다.”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XR(확장현실)시장이 한국 없이 미-중 대결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삼성·LG가 주춤하는 사이에 소비자용 AR(증강현실)기기시장은 중국 업체가 80% 이상 독식했다. 국내마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중국 업체 간 대결이다. 잠재성이 큰 시장에서 자칫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선글라스만 썼는데 가상현실이…” 중국 ‘엔리얼’, 한국 출격

중국 AR글라스 스타트업 ‘엔리얼(Nreal)’은 지난 28일 ‘엔리얼 에어’의 국내 판매를 개시했다. ‘엔리얼 에어’는 일반 선글라스와 똑같은 외형의 AR글라스다. 가격은 49만8000원. 경쟁 제품들과 비교하면 저렴한 수준이다.

“삼성 큰일 났다?” 중국산 선글라스 뭐길래, 150조 다 뺏길 판
AR글라스 '엔리얼 에어'. [엔리얼 제공]

‘엔리얼’의 한국 시장 도전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20년 LG유플러스와 손잡고 전작 ‘엔리얼 라이트’를 선보인 바 있다. ‘엔리얼 라이트’가 개발자용에 가까웠다면 이번 제품은 일반소비자가 타깃이다. 쿠팡·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판매에 나섰다.

여정민 엔리얼코리아 지사장은 “전작은 모든 AR 기능을 담다 보니 일반소비자들에게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다”며 “시장조사 결과를 반영해 쉽고 가볍고 디자인적으로 뛰어난 제품(엔리얼 에어)을 만들어 보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재 엔리얼은 한국에 지사를 두고 있다.

‘엔리얼 에어’ 무게는 79g으로, 전작(88g) 대비 소폭 가벼워졌다. 특히 디자인 개선이 눈에 띄었다. 전작인 엔리얼라이트는 다소 투박한 디자인과 색상 때문에 ‘저팔계 안경’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러나 이번 신작은 가장 보편적인 선글라스 디자인을 채택했다. 여 지사장은 “AR글라스를 포함한 웨어러블기기는 예쁘지 않으면 평상시 착용하기 어렵다”며 “패션아이템 역할을 해야 하기에 기능 못지않게 디자인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삼성 큰일 났다?” 중국산 선글라스 뭐길래, 150조 다 뺏길 판
여정민 엔리얼코리아 지사장이 지난 28일 '엔리얼 에어'를 소개하고 있다. 김민지 기자

미디어 시청뿐 아니라 피트니스, 캠핑, 출퇴근길 등 야외 활용성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간편한 착용만으로 최대 201인치 초대형 3D 스크린을 즐길 수 있다. AR기술기업 최초로 독일 인증기관 ‘TUV 라인란드’로부터 블루라이트 차단, 플리커 프리, 아이 컴포트 인증을 받았다.

5년 동안 10배 성장할 텐데…“한국은 없다”

AR글라스, VR(가상현실) 헤드셋 등을 포함한 글로벌 XR(확장현실)기기시장은 잠재성이 큰 미래 먹거리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XR기기시장은 지난해 1100만대에서 1억5000만대로, 10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오는 2024년에는 시장 규모가 1368억달러(약 150조3400억원)가 될 것이라는 조사도 있다.

“삼성 큰일 났다?” 중국산 선글라스 뭐길래, 150조 다 뺏길 판
2014년 삼성전자가 선보였던 '기어 VR'. 당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단종됐다.

그러나 전부 중국 또는 미국 기업 차지다. 아직 관련 제품을 출시하지 않은 삼성·LG 등의 자리는 없다. 삼성은 지난 2014년 오큘러스와 협업해 ‘기어 VR’를 출시한 바 있지만 판매량 저조로 2017년 이후로는 신제품 출시를 중단한 상태다. 향후 XR기기를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구체적인 출시시기는 미정이다.

특히 중국 기업들의 성장이 무섭다. 일반소비자용 AR기기시장은 거의 독점에 가깝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 AR기기시장의 75%를 엔리얼이 차지했다. 올 상반기 점유율은 81%에 달한다.

XR 헤드셋시장에서는 업계 1위 메타(옛 페이스북)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메타는 올 2분기 점유율 66%를 기록, 전분기 대비 11%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후발주자 중국 ‘피코(PICO)’는 같은 기간 점유율을 11%까지 올리며 2위에 올랐다. 3위도 또 다른 중국 업체 ‘DPVR’이다.

“삼성 큰일 났다?” 중국산 선글라스 뭐길래, 150조 다 뺏길 판
중국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의 VR 자회사 ‘피코(PICO)’가 최근 선보인 VR 헤드셋 ‘피코 4’. [피코 제공]

‘피코(PICO)’는 중국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의 VR 자회사다. 지난 9월 22일 VR 헤드셋 ‘피코 4’를 공개했다. 지난 6월 ‘피코 네오 링크 3’를 내놓은 지 3개월 만에 또 신제품을 내놨다. 가격은 59만원(128GB)으로, 연내 국내에도 출시된다. 특히 피코는 하이마트와 일렉트로마트에 입점, 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확대하며 국내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한편 메타는 다음달 11일 신형 VR 헤드셋 ‘메타 퀘스트 프로’(가칭)를 출시한다. 가격은 최소 105만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작 ‘메타(오큘러스) 퀘스트 2’보다 2배가량 비싼 것으로, 고성능의 전문가용 제품일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