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곧 한라비발디 84㎡ 8억→4.9억
서울대 시흥캠퍼스 미뤄지며 상가시장 더 심각
“조정대상지역 해제 요구하는 탄원서 받아”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기대했던 서울대 캠퍼스는 감감무소식에 조정 대상지역까지 묶여 있으니 집값이 결국 반 토막이 나버렸죠.”(시흥시 배곧신도시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전국적으로 닥친 ‘부동산 한파’가 경기도 시흥에도 매섭게 불고 있다. 특히 서울대 캠퍼스가 들어설 것을 기대하며 지난해 급상승했던 배곧신도시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30일 찾은 배곧신도시 인근 공인중개업소들은 “매수자들은 계속해 낮은 가격을 찾고 실제 가격이 낮아지면 좀 더 내릴 수는 없는지 문의만 되풀이한다”며 “반면 일시적 1가구2주택 비과세 등 세금 이슈가 있는 집주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집을 팔고 있는 형국”이라고 했다. 이처럼 급급매 위주로만 집이 거래되다 보니 거래량도 지난해 대비 크게 떨어졌다. 경기도부동산 포털에 따르면 지난 9월 시흥시 부동산거래는 150건이다. 지난해 평균 636건 대비 4분의 1 수준이다.
지난해만 해도 시흥시는 경기도에서도 눈에 띄는 집값 상승률을 나타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도 아파트가 20.78% 상승하는 사이 시흥은 37.22% 올랐다.
이 와중에 가격이 떨어지며 시흥에서도 배곧신도시의 집값이 급락한 모양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시흥 구도심인 정왕동 건영2차 전용 59㎡는 지난해 7월 3억원에 최고가 거래된 것이 지난달 2억5000만원으로 5000만원 하락한 값에 손바뀜됐다. 반면 배곧동 한라비발디캠퍼스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해 9월 8억원에 거래됐던 것이 올해 8월에는 4억9500만원으로, 3억원 넘게 떨어졌다. 4억원대에 거래된 것은 재작년 2월 이후 처음이다.
가격하락세는 바다 조망을 누리는 아파트들도 피하지 못하고 있다. 고층 대부분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배곧C2호반써밋플레이스 전용 84㎡도 지난해 9월 10억원에 손바뀜이 됐다가 지난달 5억7000만원에 거래되며 40% 넘는 하락률을 보였다. 인근 부동산들에 따르면 바다 조망을 찾는 문의는 꾸준히 많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것은 매우 드물다는 것이다.
배곧신도시의 가격이 유독 가파른 급락세를 보이는 데는 서울대 시흥캠퍼스를 염두에 두고 값이 크게 올랐던 만큼 사업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하락한 기대치가 반영됐다는 소식도 들린다.
상가시장은 더 심각하다. 서울대 캠퍼스는 물론 서울대병원 착공 소식도 계속해서 미뤄지며 서울대 캠퍼스 부지 인근 상가들은 대부분이 비어 있었다. 시흥시는 최근 ‘배곧서울대병원’이 내년 상반기 중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발표했지만 건설회사 등에 따르면 아직 병원을 지을 시공사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사업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입주 3년이 지난 한 아파트상가 앞 유리에는 상가 주인을 찾은 지 오래됐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각종 빛바랜 부동산 홍보전단들이 붙어 있었다. 상가 중 많은 호실이 공실로 남게 되며 수분양자 중 계약금을 포기해 아직 분양업체가 가지고 있는 매물도 많았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무소는 “‘서울대 프리미엄’이 빠지는 와중에 전국적 부동산 하락까지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당시 대학캠퍼스 조성을 염두에 두고 집을 산 주인들은 배신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와중에 조정 대상지역이 웬 말이냐”며 “시흥 부동산들이 모여 국토부에 조정 대상지역 해제를 요청하는 탄원서까지 받아놓았다”고 상황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