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사기꾼 무서워 중고거래하겠나.”
# 1. A씨는 지난해 추석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30만원 상당의 백화점상품권을 27만원에 판다던 판매자에게 사기를 당했다. 입금 후 상품권 번호가 오지 않아 환불을 요구했는데 판매자는 게시글을 지우고 사라졌다. A씨는 “판매자의 이전 거래 내용까지 살펴보고 진행했는데 속수무책으로 당했다”고 털어놨다.
# 2. 직장인 이모(29) 씨도 최근 중고로 게임팩을 사려다가 사기를 당했다. 돈을 보냈지만 정작 보내온 건 빈 박스였다. 이씨는 “사기꾼이 송장번호까지 보내 의심도 안 하고 돈을 보냈다”고 말했다.
중고거래시장이 커지면서 사기행위도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기수법이 발전하며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상품을 보내는 척 안심시킨 후 송금을 유도하는 ‘빈 박스 사기’부터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서 물건과 돈을 모두 가로채는 ‘3자 사기’까지 수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빈 박스 사기’란 중고거래 플랫폼의 채팅을 통해 상품의 실물까지 확인시킨 후 빈 박스만 보내는 수법이다. 구매자는 판매자가 보낸 빈 박스의 송장번호만 보고 송금했다가 낭패를 당한다. 유사한 수법으로 벽돌을 넣어 보내는 ‘벽돌 사기’가 있다.
구매자에게는 판매자인 척, 판매자에게는 구매자인 척하는 ‘3자 사기’까지 등장했다. 물건도, 돈도 갖고 있지 않은 사기꾼이 판매자와 구매자 중간에서 돈과 상품 모두 가로채는 사기수법이다.
이처럼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한 사기가 판을 치자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는 ‘빈 박스 사기’의 패턴과 예방법을 공개했다. 판매자가 직거래를 피하고 택배거래만 고집하는 경우 의심이 필요하며 의심스러운 경우 중고나라 페이를 이용하라고 안내했다. 중고나라 페이는 택배 확인 후 구매 확정이 가능한 안심결제 서비스다.
당근마켓도 지난해 9월 이용자 보호를 위한 조치로 사이버 사기 피해 신고 이력 조회 시스템을 고도화했다. 3개월 내 3회 이상 경찰청 사이버범죄 신고 시스템에 신고된 휴대번화와 계좌번호, e-메일 주소 등 신고 이력을 활용해 사기 의심 거래를 실시간으로 탐지할 수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이 사기 대응에 적극 나서는 것은 중고거래 사기 피해 규모가 나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1년 중고거래 피해액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중고거래 피해액은 3606억100만원으로, 2014년 이후 가장 컸다.
사기를 경험한 이용자도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발표한 조사자료에 따르면, 중고거래 플랫폼 이용자 1150명 중 23.8%가 사기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중고거래시장의 성장세를 보면 향후 사기 피해 규모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중고거래시장 규모는 2008년 4조원에서 2021년 24조원으로, 6배 커졌다.
이에 중고나라와 번개장터는 안심결제 서비스를 도입하고, 사기 예방 안내를 하며 중고거래 사기 근절에 나서고 있다. 전자거래 분쟁을 지원하는 한국인터넷진흥원 ICT분쟁조정지원센터도 중고거래 플랫폼사업자별 분쟁 대응 민원부서를 강화하고, 분쟁 해결 가이드라인도 제작해 활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