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대출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수익으로 거액의 성과급 잔치를 벌여 비판을 받고 있는 은행권에 정부가 상생 금융 역할 확대를 주문하고 나섰다. 또 5개 금융그룹 아래 시중은행으로 집중된 과점구도에 따른 이익 편중을 막기 위해 스몰라이센스를 도입해 경쟁을 유도키로 했다.
금융당국은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이같이 밝히고 당장 이달 중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해 근본적 구조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은행연합회는 조만간 취약계층의 금융접근성 제고와 금리 부담을 덜기 위한 추가노력을 구체화해 발표할 예정이다.
불필요한 가산금리 빼라…대출금리 더 내린다
금융당국은 앞서 지난해 도입한 예대금리차 비교공시 및 가산금리 산정체계정비를 더 강화하고, 추가로 ‘대출금리 모범규준’을 개정키로 했다. 통상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리스크관리비용과 법적비용 및 영업실적 등에 따른 가감금리로 이뤄진다. 당국은 이에 예금보험공사에 납부하는 예금보험료 같은 불합리한 가산금리 항목을 삭제해 대출금리를 더 낮추기로 했다.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지난해 1월 2.24%포인트에서 12월 2.55%포인트로 0.33%포인트 확대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은행권 당기 순이익도 2021년 16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18조9000억원으로 2조원이 증가했다.
정부의 이같은 ‘은행권 조이기’는 금리 인상기 대출금리와 예금금리가 벌어지면서 구조적으로 이자 수익이 늘어난 것을, 은행권이 막대한 성과급으로 챙겨간 것에 대한 비판에서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금융은 공공재 성격이 강하고 과점을 유지하고 있는 특허 사업”이라며 “많이 어려운 서민 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 차원의 제도개선 노력과 함께 업계에서도 물가 안정을 위한 고통 분담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은행 경영과 영업 관행 깨고, 대출중개·예금중개 플랫폼 도입
아예 과점 구도를 깨기 위한 경쟁 도입도 이뤄진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은행권·학계·법조계 등으로 구성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TF’를 구성해 은행권의 경쟁을 촉진하고 성과급과 퇴직급 등 보수체계를 재정비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올 상반기 중 제도개선 방안 도출에 나선다.
구체적으로 은행업 인가를 세분화하거나 인터넷 전문은행 확대 또는 핀테크 업체의 금융업 진출 확대 등을 검토하고 있다.
올 5월 출범을 예고했던 온라인 대환대출 플랫폼에 이어 예금상품 비교·중개 플랫폼도 2분기 중 선보인다. 수신을 과점 구도로 가져가면서, 사실상 예대마진 확대를 키워 이자 수익을 차지했던 금융산업에 경쟁 판을 깔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추진했던 금리인하요구권 개선도 속도를 높여 금융회사별 평균 금리인하폭을 공시하고, 신용도가 높아져 금리인하가 가능해진 차주에게 선별 안내도 이뤄진다.
이자수익을 쌓아 은행 임직원이 나눠갖지 않고, 대출 부실 시 쓰일 수 있도록 충당금 적립을 요구하면서 동시에 2분기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도 도입된다.
“5000억원 사회공헌으로 생색내지 말라” 일침…은행, 취약계층 지원안 내놔라
은행권의 사회공헌 규모도 증가가 예상된다. 정부가 취약계층 지원확대를 요구하면서, 은행연합회는 자율적으로 신규·추가 출연을 통한 취약계층 금융접근성 제고와 금리 부담 경감 방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은행연합회가 지난달 말 5000억원 규모의 취약게층 지원안을 발표한 데 대해, 이복현 금감원장이 쓴소리를 한 데 이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원장은 지난 6일 “은행권이 작년 말 시장안정에 동참하고 4000억원 규모 중소기업 지원 계획에 이어 최근 5000억원 규모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내놔 감사한 마음”이라면서도 “일각에선 거기 포함된 프로그램이 통상적인 관행이나 업무에 포함된 것을 포장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 은행이 최근 수년째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둔 데 반해 사회공헌에 너무 인색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이어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은행연합회 사회공헌활동 보고서, 금융감독원 공시 실적 등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19개 은행의 2021년 당기 순이익 대비 사회공헌금액 비율은 -1.26∼13.59% 수준이었다.
더구나 은행권의 사회공헌금액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이어진 2년째 오히려 줄었다. 은행·보증기금 등 은행연합회 소속 회원기관과 은행연합회는 2021년 사회공헌 사업에 모두 1조617억원을 지원했다. 이는 2019년(1조1300억원)보다 적고, 2020년(1919억원)과 비교해도 약 300억원 감소했다.
서민 긴급생계비 대출 지원하고 중기·자영업자 돈 걱정없이 영업할 수 있도록
앞서 발표한 취약계층별 맞춤형 금융지원도 강화된다. 우선 서민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거나 채무불이행자로 전락하지 않도록 3월 말부터 최대 100만원 한도의 긴급생계비 대출을 지원한다.
또 ‘긴급금융구조’ 프로그램도 가동돼, 신용이 낮거나 실직, 장기입원, 재난피해 등으로 빚을 갚기 어려운 이들에게 연체가 발생하기 전이라도 이자율을 30~50% 감면하기로 했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객관적으로 상환 여력이 부족한 차주도 장기연체자에 한해 연체 이자 전액과 원금을 최대 30% 탕감해준다.
어려워진 중산층을 위한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도 덜어준다. 기존 6억원 이하의 주택 보유자중 재무적 곤란으로 주담대 상환이 어려운 이들에게 3년간 원금상환유예를 실시하던 것을 9억원 이하 주택보유자로 확대키로 했다.
아울러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돕기 위해 총 84조원의 자금을 지원하고, 자영업자 대환대출 지원대상을 코로나19 피해업자가 아닌 전 자영업자로 확대하는 한편 하반기 중 일정 규모의 가계신용대출까지 대환대출 허용을 확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