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리오프닝 2개월
경제지표 상 효과 미미
국내 기업들 우려 커져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중국이 지난 1월부터 리오프닝(경제재개)을 전격 시행했지만 실제 경제적 파급 효과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경기침체의 돌파구로 ‘리오프닝 효과’를 내심 기대했던 국내 산업계도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자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1일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중국 리오프닝 효과와 관련 2월 중순까지 눈에 띄는 경제적 지표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블룸버그와 유안타증권 분석 결과 지난달 1일부터 20일까지 한국의 무역수지는 60억 달러(약 8조원)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 가운데 중국에 대한 전년 대비 월별 수출액 증감률은 1월 -24.4%, 2월 -22.7%로 극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다. 반면 미국에 대한 수출액은 1월 18.1%에서 2월 29.3%로 증가했으며, 유로존 역시 같은 기간 16.7%에서 18.0%로 중국 대비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중국 내부에서도 별다른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홍콩이 중국보다 먼저 리오프닝에 나섰지만 아직 뚜렷한 리오프닝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흐름도 일단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1월 홍콩의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36.7% 급감했다. 월별 기준으로 홍콩의 수출 감소폭은 70년래 최대 수준이다. 홍콩은 전체 수출의 60% 가량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JP모간 역시 이러한 흐름을 감안해 아시아신용지수(Credit index)에서 중국 비중을 기존 43%에서 30% 수준으로 하향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리오프닝 효과가 예전과 같은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지적도 이어진다. 한국은행은 ‘중국 리오프닝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중국의 리오프닝은 대중수출 회복, 중국인 관광객 유입을 통해 우리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지만 과거 평균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도 중국 의존도가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긴장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철강·석유화학·정유업종 등의 경우 (리오프닝 효과가) 수요 회복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중국의 건설 시황 부진, 공급 동반 확대에 따른 수급 저하 가능성 등은 부담요인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디스플레이·자동차·식품업종 역시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면서 한·중 관계 개선의 불확실성(호텔·면세·항공업종), 중국 자국산업 성장에 따른 경쟁심화(화장품·면세업종)와 추가적인 마진 축소 가능성(항공업종) 등 업종별 제약요인도 상존할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 석화업계 관계자는 “당초 기대했던 만큼의 시장 변화가 현재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고 대응책을 고민 중”이라면서 “다만 춘절 이후부터 현지 대형업체들 위주로 공장 가동율 상승효과 등에 대한 기대감이 높이지고 있고, 이에 대비해 고객사들의 상황을 면밀히 체크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업종의 경우 미국 상무부가 최근 “(중국에 있는) 한국 기업들이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개발 수준에 한도(cap on level)를 둘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한 점이 부담이다. 당장 SK하이닉스는 올해부터 192단의 낸드플래시를 다롄 공장에서 양산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반도체 스펙에 제한을 두기 시작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관련 근본적인 수출 전략 변화가 필요하다는 경제계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싱크탱크인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을 대체하는 시장을 발굴한다기보다는 중국 외의 추가 수출 시장을 발굴하는 일명 차이나 플러스(China Plus) 혹은 차이나 앤드(China And) 차원의 수출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3월 첫째주로 예정대 있는 중국의 ‘양회’(4일 인민정치협상회의,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 등 빅이벤트가 예정돼 있어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인대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가 5.5% 이상으로 발표되면 중국 정부의 부양 확대 정책이 본격화할 가능성도 크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제조업 PMI 지수 발표를 시작으로 ‘1~2월 경제지표’가 3월 중순경 발표될 예정이라는 점도 리오프닝 효과를 판단하는 중요한 분수령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