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보금 요건 9억원, 우대형 6억원
실수요자들 KB에 시세 내려달라 의견 제출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 특례보금자리론의 시세 산정 기준이되는 KB부동산에 시세 하락 조정의 요청이 이어지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통상 자산 가치의 증식 등을 위해 시세의 상향을 요청하는 게 일반적인데, 대출 요건을 맞추기 위해 시세 하락을 요청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정부가 한시적으로 실시 중인 특례보금자리론 시행 한 달이 지나는 가운데 시세 산정의 기준이 되는 KB부동산에 시세 조정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전에는 집주인들이 “호가가 올랐으니 시세를 올려달라”는 요청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제는 실수요자들이 상품을 이용하기 위해 “시세 하락을 반영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는 것.
특례보금자리론은 기존 보금자리론에 특례를 적용한 정책모기지 상품이다. 총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서 자유롭고 한도도 최대 5억원으로 높아, 예비 매수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주택가격 제한이 상향된 것도 관심을 끄는 요인으로 꼽힌다. 기존에는 6억원 이하 주택에 한정되던 보금자리론이 9억원 이하로 높아지면서 해당 가격대 매수 문의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을 받기 위해서는 실제 매수한 금액과 KB시세(우선 적용) 요건이 동시에 충족돼야 한다. 즉 실제 거래 금액과 KB시세가 9억원 이하여야 한다는 의미다. 소득이 1억원 이하면 금리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우대형’을 받을 수 있는데 이 또한 실거래와 시세 모두 6억원을 밑돌아야 한다.
이에 우선적으로 계약을 한 뒤, 잔금 납부 전까지 시세 조정 신청을 하는 경우가 이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KB부동산은 ‘시세 의견 등록’을 받는데, 조정 의견이 들어온 경우 재조사를 진행한다. 한 매수 수요자는 “KB시세는 높았지만 원하는 구간에 실거래가 있었고, 호가도 시세보다 낮아 계약금 납부 후 KB에 시세 조정을 해달라는 의견을 남겼다”며 “요청을 진행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받아들여졌고 덕분에 상품을 이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시세가 특례보금 기준인 9억원을 웃돌았지만 2월 들어서 9억원 아래로 조정된 단지도 목격됐다. 서울 강서구 마곡수명산파크 1단지 전용 84㎡는 1월 9억4000만원에서 2월 8억9000만원으로 시세가 하락했다. 성북구 래미안길음센터피스 전용 59㎡도 같은 기간 9억2000만원에서 8억9667만원으로 조정됐다.
KB부동산 관계자는 “매주 중개사 등을 통해 실거래 조사를 진행하는데 특이점이 없으면 거의 유지가 되고, 조정 의견이 들어온 경우에는 해당 단지를 다시 들여다보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원대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KB부동산 월간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의 중위가격은 9억9333만원으로 2021년 5월(9억9833만원) 이후 21개월 만에 10억원 선이 무너졌다. 1월(10억1333만원)과 비교했을 때 2000만원(-2.0%) 하락한 상황이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2021년 6월 10억원을 돌파한 후 상승세를 이어가다 지난해 7월(10억9291만원) 정점을 찍은 뒤 고꾸라져 7개월째 내림세를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