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생산직 채용 흥행에
‘인력난 극심’ 조선업계 씁쓸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생산직이라고 다 같은 생산직 아니다?”
현대자동차가 10년 만에 진행한 생산직(기술직) 신입사원 공개채용에 지원자가 ‘폭주’ 수준으로 몰린 2일. 홈페이지에는 “지원자 앞에 1만8350명의 대기자가 있습니다” 등의 문구가 뜨는 등 폭발적 관심이 몰렸다.
반면 같은 제조업계인 조선업 측에서는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조선업계도 생산기술직 직접 채용을 확대하고 있지만 인력 확보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같은 생산직인데 자동차에는 인력이 쏠리는 반면 조선업은 여전히 외면받는 등 산업 간 인력 수급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조선업계는 적극적인 외국인 근로자 채용으로 생산인력을 메우고 있지만 일손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여전하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기술직 신입사원 모집에 나선 현대차는 채용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의 호응을 끌었다. 오전 9시 20분 기준 1만8000여명이 서류 접수를 위해 접속했고 접속 지연 현상이 이어지면서 오전 11시 이후로는 대기 순번도 안내되지 않고 있다. 올해 채용 인원은 400명 정도로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보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통상 기피업종으로 여겨지는 생산직이지만 현대차의 채용은 그야말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채용 흥행의 가장 큰 이유는 단연 ‘돈’이다. 현대차 생산직의 평균 연봉은 2021년 기준 9600만원으로 1억원에 육박한다. 신입 초봉도 5000만~6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높은 고용 안정성으로 만 60세 정년 보장은 물론 정년 후에도 계약직으로 1년 더 근무할 수 있다.
이는 조선업계 채용시장과 180도 다른 분위기다. 조선업계도 지난해부터 생산기술직 직접 채용과 기술연수생 모집을 확대하는 등 인력 확충에 나섰지만 인력난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낮은 급여와 높은 업무강도, 열악한 근무 환경, 무분별한 다단계 하도급 구조 등이 인력난의 주된 이유다.
특히 조선업 생산인력의 경우 대부분 협력사에 소속돼 있어 급여 수준이 낮은 편이다. 조선사의 직접 고용된 생산직군의 임금도 초봉 기준 4000만원대로 알려져 있다. 현대차와 비교해 최대 2000만원 낮은 수준이다. 같은 생산직이라도 야외작업이 많다는 조선업 특성도 마이너스 요소로 손꼽힌다.
현대차의 이번 채용 흥행을 두고 조선업계에선 “생산직군 최고 임금 수준인 현대차와 비교하면 어쩌냐”는 볼멘소리를 내놓지만 작업환경 개선 등을 통해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인력난이 조선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실제 장기 불황의 터널을 벗어난 조선업계는 최근 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일감을 쓸어모으면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인력 부족으로 차질 없는 생산을 장담할 수 없어 고심하고 있다.
특히 조선업 수주 가뭄을 겪은 2016년 이후 기능직 위주로 인력을 감축해 생산인력은 태부족한 상황이다. 조선해양인적자원개발위원회 분석에 따르면 조선업 생산직 필요 인력은 지난해 말 기준 9000명가량 부족한데 올해 말에는 부족 인원이 1만4000여명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부족한 산업인력을 외국인 근로자로 채우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조선업을 최우선으로 외국인 근로자 인력 쿼터를 확대했고 저숙련 인력에 대한 비자 심사 속도도 높였다.
다만 외국인 중심의 인력 채용이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인 인력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작업 환경과 임금구조, 하도급 구조 등의 개선과 함께 인력 양성 등 생산성 향상 측면에서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봤다.
우종훈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조선업이 다른 산업 대비 유사하거나 그 이상의 급여를 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겠지만 당장은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며 “우리나라보다 인건비가 높은 노르웨이 등의 사례처럼 노동집약적 생산 부분에 대해선 해외에 원격 조선소를 두는 등 공급망 관점에서 원가를 분산할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