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제약업계에선 ‘공무원’으로 통하죠.”
요즘처럼 이직이 잦은 시대에 회사 만족도의 지표로 상징되는 게 바로 근속연수다. 대부분 기업의 직원 평균 근속연수는 10년을 넘기지 못한다. 심지어 평균 2~3년인 기업도 상당수다.
유한양행이 제약업계에서 ‘공무원’으로 불리는 건 한번 입사하면 좀처럼 퇴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균 근속연수가 12년에 이른다.
22일 각 회사 공시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직원 평균 연봉 9100만원에 평균 근속연수는 12년 7개월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경쟁사와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종근당(8년 3개월), 한미약품(8년 2개월), 대웅제약(6년 6개월), GC녹십자(9년 1개월) 등이다.
한 제약사 직원은 “유한양행의 직원 연봉이 높기도 하지만, 공무원이라 할 만큼 직원들 만족도가 높고 오래 다니는 걸로 유명하다”고 전했다.
실제 직장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유한양행을 높게 평가하는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직원들이 오래 다니는 이유로는 연봉 수준 외에 사내 문화를 꼽는 평가가 많다. 유한양행은 고(故) 유일한 박사가 창업한 기업이다. 교과서에도 실릴 만큼 한국의 대표적인 모범 경영인으로 꼽힌다.
전 재산을 유한재단에 환원했고 자식들에게 기업을 물려주지도 않았다. 그는 “건전한 기업 활동으로 이윤을 얻으면 이는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신념으로 유한재단에 현재 가치 7000억원에 이르는 재산을 기부했고, 유한재단은 현재 유한양행 지분 15.7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특히 이 같은 분위기는 IMF 때에도 이어졌다. 크고 작은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했지만, 당시에도 유한양행은 구조조정이 없던 회사로 유명하다.
실제 사내 문화에서도 직원을 대우하는 수평적 문화가 자리잡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창업주로부터 내려온 기업 문화 속에서 사장이나 직원이나 고용된 같은 직원으로 대우 받았다”며 “창업자 사후에도 이런 기업 문화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IMF 때도 그렇고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이 평균 근속연수가 긴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