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이 하나도 안 보여, 글씨 못 키워?” 60대 우리엄마 ‘넷플릭스’만 보는 이유 있네
더글로리 속 한 장면. [공식 유튜브 캡처]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 직장인 A(34)씨는 최근 어머니와 식사 중 국내 온라인동영상콘텐츠(OTT)를 시청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 다큐멘터리임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들의 말이 빠르면서 정보 전달이 많아 자막을 켰는데 어머니가 보기엔 글씨가 다소 작았던 것이다. A씨는 “어머니가 하도 답답해 해 결국 넷플릭스를 틀었는데 뜻밖에 글씨 크기 조절이 되더라”며 “자막 하나로 ‘충성 이용자’가 됐다”고 말했다.

넷플릭스가 불을 지핀 국내 콘텐츠 내 ‘한글 자막’ 달기가 티빙, 웨이브, 왓챠 등 국내 OTT까지 확산되며 이제는 많은 한국 영화 및 드라마를 자막만 봐도 시청할 수 있게 됐다. 이런 가운데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자막 크기와 스타일까지 바꿀 수 있는 기능이 등장했다. 청각 장애인 시청권 보장을 위해 시작된 서비스가 비장애인들의 편의까지 높이고 있다.

넷플릭스는 최근 자막 크기를 ▷작게 ▷중간 ▷크게 등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TV 자막 설정’에 새롭게 추가했다고 밝혔다.

“자막이 하나도 안 보여, 글씨 못 키워?” 60대 우리엄마 ‘넷플릭스’만 보는 이유 있네
넷플릭스 자막 설정 기능을 통해 자막을 바꾸는 모습. [넷플릭스 제공]

또 자막 크기와 더불어 자막 스타일도 4가지 버전으로 고를 수 있도록 했다. 흰색 텍스트에 배경 없이 검은색 그림자가 더해지는 ‘그림자 효과’를 포함해, 검정색 배경에 흰색 텍스트의 ‘어둡게’ 버전, 검정색 배경에 노란색 텍스트의 ‘대비’(Contrast) 버전, 흰색 배경에 검정색 텍스트의 ‘밝게’ 버전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TV 자막 설정 기능은 일반 자막을 포함해, 청각장애인용 자막에도 모두 적용 가능하다.

넷플릭스는 이번 업데이트가 그동안 자막의 크기가 작거나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 불편을 겪었던 이들은 물론, 반대로 자막은 필요한데 화면을 지나치게 가려 몰입에 방해를 받았던 이들 모두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OTT 가운데 자막 크기는 물론 자막의 스타일까지 바꿀 수 있는 OTT는 넷플릭스가 유일하다. 토종 OTT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배리어프리 자막에 앞장 서고 있는 티빙의 경우엔 TV 화면 내 자막 크기 조절 기능은 넷플릭스보다 앞서 도입했지만, 자막 스타일은 아직 바꿀 수 없다.

신규 기능에 대한 구독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똑같은 콘텐츠가 여러 OTT에 올라와 있을 때 넷플릭스만 고집하는 시청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막이 하나도 안 보여, 글씨 못 키워?” 60대 우리엄마 ‘넷플릭스’만 보는 이유 있네
소리까지 설명하는 넷플릭스의 폐쇄형 자막.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의 이 같은 시도는 청각 장애인의 시청권을 보장하는 한편 많은 사용자들에게 선제적으로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차원에서다. 넷플릭스는 이미 2010년부터 전 세계 청각 장애인을 위한 폐쇄형 자막과 시각 장애인을 위한 화면 음성 해설을 지원하고 있다. 국내 OTT도 최근 오리지널 콘텐츠를 중심으로 폐쇄형 자막을 입히고 있다. 티빙은 2022년 9월 배리어프리 자막 1200편을 론칭한 뒤, 올해 1월 약 40% 이상 확대된 1800편의 배리어프리 자막 에피소드를 보유하는 등 자막 서비스 고도화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국내 OTT들이 아직은 넷플릭스와 비교해 부족한 수준이다. 특히 화면 음성 해설은 지원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소음이 심한 곳이나 조용히 시청해야 하는 환경에서도 정확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자막과 함께 콘텐츠를 보길 원하는 시청자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며 “넷플릭스는 최상의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위해 훌륭한 스토리텔링 및 콘텐츠뿐만 아니라, 회원분들의 시청 경험을 증진할 수 있는 기능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