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미니재건축 러시

도곡동 가로주택사업, 사업시행인가 목전

빠른 속도에 강남3구에서만 31곳 진행 중

규제 완화에 탄력…니치 마켓으로 여겨져

다만 핵심 외 지역에선 사업 난항 우려도

나홀로 아파트여도 괜찮아…“그래도 강남이잖아요” [부동산360]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대치 더 클래스(현대타운가로주택정비사업)' 전경. [네이버 거리뷰]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도시정비사업 문턱이 낮아지자 서울 강남권의 ‘미니 재건축’이 곳곳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일반 재건축과 비교하면 짧은 사업기간이 강점인데, 다만 핵심 지역이 아닌 곳은 시공사로부터 외면받거나 사업성이 부족해 전국적인 흐름으로 확장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7일 강남구청에 따르면 오는 4월 10일까지 도곡동 547-1번지 일대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대한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위한 공람이 진행된다. 사업시행인가를 향한 막바지 절차에 다다른 셈으로, 이후 사업시행인가 및 사업시행인가고시 순으로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 사업은 강남구 도곡동 일대 3321.4㎡ 면적에 지하 2층~지상 7층, 공동주택 1개 동, 82가구와 부대·복리시설 등을 짓는 계획이다. 조합은 재작년에 시공사를 선정했으며, 시행기간은 사업시행계획인가일로부터 36개월이다.

인근 대치동의 대치선경3차아파트는 과거 리모델링을 추진했지만, 인근 상가를 포함한 3569㎡ 부지를 통합 개발하는 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 선회했다. 지난 2021년 조합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 건축심의 단계며, 지하 7층~지상 18층, 68가구 규모의 고급 주상복합으로 거듭나게 된다. 초역세권 위치로, 한 동짜리 나홀로 아파트인데도 불구하고 고급 브랜드 ‘디 에이치’가 적용될 예정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서만 31곳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 전체로 넓혀보면 총 166곳에서 진행 중이다. 완료된 사업장은 강남구 대치동 ‘대치 더 클래스(현대타운가로주택정비사업)’, 강동구 상일동 ‘고덕 아르테소 미소지움(벽산빌라가로주택정비사업)’ 등 19곳이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노후·불량건축물이 모인 가로구역에서 종전의 가로를 유지하며 소규모로 정비하는 사업이다. 일반적인 재개발·재건축 사업과 달리 정비구역 지정, 추진위원회 구성 등 절차를 생략할 수 있어 사업기간이 대폭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조합설립 인가 ▷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계획 포함) ▷이주 및 착공 ▷준공 및 입주 ▷청산 및 조합 해산 순으로 진행되며 서울시에 따르면 평균 3~4년이 걸린다.

특히 정부 규제 완화로 지난 2021년 7월 사업 시행 가능 면적이 1만㎡에서 2만㎡로 확대되고, 기존 15층 이하였던 층수 제한 규정까지 없어져 지자체 재량에 맡겨지면서 더욱 탄력을 얻었다. 이에 시공사 입장에서도 알짜 사업지로 여겨진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업 속도가 빠른 데다 대형사들은 잘 들어오려 하지 않아 중견 건설사 입장에서는 니치 마켓이자 서울 내에서 브랜드를 키울 수 있는 사업”이라며 “해외 수주가 주춤했던 코로나19 시기에는 대형사들도 관심을 보였지만, 다소 관심이 수그러든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규모의 경제는 어렵다는 점은 한계였는데, 최근 서울시가 ‘모아타운’을 적극 추진해, 가까운 가로주택사업지를 묶어 아파트 브랜드 통일 뿐 아니라 준단지급 조성 효과도 기대된다”고 전했다.

다만 부동산 경기 침체에 핵심 사업지로만 몰리는 경향도 있다. 지방 사업장은 서울만큼 사업성이 좋지 않고, 공사비 급등에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인식에 시공사 선정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 대형 재건축 속도전에 경쟁력 확보도 쉽지 않다. 서진형 공정거래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정부와 서울시가 밀어줘도 ‘나홀로 아파트’ 등에 대한 가치 평가가 높지 않고, 건축비 상승 등 대외 불안 요소도 있어 계속 활기를 띠기가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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