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현대차가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며 삼성전자를 제치고 올해 1분기 국내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남긴 기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현재 42조원대 수준인 현대차의 시가총액이 100조원까지 불어날 수 있는 전망이 제기됐고, 이에 맞춰 증권업계는 26일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경신한 현대차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상향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날 현대차의 실적 리뷰 보고서를 내고 목표주가를 27만원에서 30만원으로 올렸다. 임 연구원은 “향상된 실적과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 강화로 토요타·혼다 등 일본 업체 수준의 주가수익비율(PER) 10배 밸류에이션으로 재평가가 예상된다”며 “2024년 주당순이익(EPS) 기준으로 시가총액 100조원 도달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그는 “1분기 현대차의 대당 영업이익이 2930달러로 2019년(1000달러) 대비 2.9배 상승했다”며 “대당 수익성은 내년 현대차·기아가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자사주 소각 포함 현대차의 배당성향은 30%로, 토요타(30∼35%)와 유사하다”고 덧붙였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도 목표가를 23만5000원에서 27만원으로 변경하면서 “낮은 인센티브와 양호한 환율에서 견조한 판매 증가가 이어지고 있어 실적호조가 2분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리인상 등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반도체 수급 이슈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은 상황이나 연초 수립한 생산계획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2분기에도 견조한 수요를 중심으로 판매 증가가 예상된다”며 “특히 수요가 많은 제네시스·스포츠유틸리티차(SUV) 제품 믹스 개선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메리츠증권은 현대차 목표주가를 28만원에서 35만원으로 올리며 가장 공격적인 가격을 제시했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 3년간 눌려왔던 플릿(Fleet·영업용 차량) 수요가 폭발적 성장을 보이고 있고 플릿 업계의 수요 정상화와 대기수요 소화가 작동하며 리테일을 비롯한 총수요 확장이 적어도 2년은 지속될 것”이라며 “플릿 팽창의 중심에 있는 순수전기차(BEV)를 현대차·기아가 선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존 완성차업체 중 소수에 불과한 BEV 대량 공급업체로서 플릿 업계와 장기공급계약을 맺는 등 호실적 지속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목표가를 14% 올린 25만원으로 제시했으나 “미국에서 잉여 저축이 점차 줄어들고 있고 최근 국지적인 신용 경색 등 경기 둔화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실적 모멘텀은 상저하고 흐름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 밖에도 대신증권(25만원→28만원), 신영증권(25만원→27만원), 유안타증권(24만원→33만원), 키움증권(26만원→30만원), 신한투자증권(23만원→25만원), IBK투자증권(26만원→29만원), 교보증권[030610](22만원→27만원) 등이 목표주가를 종전보다 올려 잡았다.
현대차는 전날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7조7787억원, 3조5927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7%, 86.3% 증가한 수치다. 이로써 현대차는 2010년 새 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이다. 영업이익률도 9.5%에 달했다.
특히 ‘부동의 1위’ 삼성전자를 제치고, 처음으로 ‘상장사 분기 영업이익 1위’가 유력시된다. 같은 그룹사인 기아도 26일 발표되는 1분기 실적에서 2조원 중반대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양사 합산 영업이익은 6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작년과 같은 품질 이슈가 재발하지 않는다면 올해 현대차·기아의 합산 영업이익은 무난히 20조원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분기는 자동차 판매 비수기지만,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완화로 생산량이 증가하고, 미국과 유럽 등 핵심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 것이 최대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