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대만이 18년 만에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을 뛰어넘은 결정적 배경으로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 기업 TSMC의 상승세가 지목되고 있다.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로 대만 GDP 증가를 이끌어 반도체 경쟁력이 곧 GDP 경쟁력을 끌어올린 셈이다. 이에 따라 한국이 다시 대만에 GDP로 앞서기 위해서는 삼성전자 반도체가 적자난을 딛고 성장 모멘텀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세계 최초 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양산에 성공한 삼성전자가 2나노 개발에 속도를 올리며 초격차 선점에 나서는 것이 관건이다. 여기에 TSMC도 2나노에 맞불을 놓아 향후 양사 간 ‘나노 진검 승부’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대만의 1인당 GDP가 3만2811달러(약 4390만원)로, 한국의 3만2237달러(약 4313만원)에 앞선 가운데 1등 공신으로 세계적 칩 기업인 TSMC가 꼽힌다. 공격적인 투자와 경쟁 업체들과의 격차 확대가 전반적으로 GDP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2021년 4분기 52.1%였던 TSMC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58.5%가 되며 6.4%포인트 상승했다. 이 기간 다른 기업들의 점유율은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오히려 축소됐다. TSMC는 아이폰을 제조하는 애플이나 세계적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인 엔비디아의 칩을 위탁 생산하며 가장 큰 폭의 매출세를 보였다.
TSMC는 2나노 반도체 개발을 본격화하며 삼성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회사는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TSMC 기술 심포지엄’이라는 행사를 열고 기술 개발 현황을 소개했다. 1600곳 이상의 고객사와 협력사가 모인 이 행사에서 TSMC는 자사 3나노(N3) 파운드리 기술 로드맵을 중점적으로 설명하고 2나노(N2) 기술 로드맵도 추가로 밝혔다.
TSMC는 2나노 칩에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적용한다. 이 기술은 삼성이 지난해 세계 최초로 3나노 칩을 양산하며 조기 적용한 바 있다. GAA는 반도체 칩을 구성하는 트랜지스터에 대해 기존 핀펫 방식에 비해 누설되는 전류 수준을 낮추고 성능을 끌어올리는 것으로 평가된다. 후면 전력 공급이 확장된 N2P, 고성능 컴퓨팅을 위한 N2X 제품까지 확장될 것으로 TSMC는 설명했다. 2025년 양산 예정인 2나노 칩에 대해 TSMC는 자사가 제작한 3나노 초기 제품(N3E)보다 전력 사용은 25~30% 가량 감소하고, 성능은 10~15%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TSMC는 최근 시놉시스와 케이던스 반도체 설계 플랫폼을 자사 2나노 공정에 최적화하는 ‘마이그레이션’ 작업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그레이션이란 파운드리가 개발하고 있는 공정에 반도체 설계자동화(EDA) 프로그램을 연계하는 것으로, 쉽게 말해 2나노 반도체를 설계·제조하는 기반을 갖추는 작업이다.
이에 맞서는 삼성 반도체의 기술 개발도 주목된다. 지난달 27일 열린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 측은 “2025년 양산을 목표로 2나노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며 “경쟁에서 앞서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단 공정 고객은 주로 모바일과 고성능컴퓨팅(HPC) 업체”라며 “GAA를 적용하는 제품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양산을 시작한 3나노를 저변 확대를 기반으로 한 2나노 칩 제품 시장 프리미엄 확보 가능성도 주목된다. 삼성전자 측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3나노 프로모션을 하고 있다”며 “고객사가 평가 중이고, 시험용 칩을 만드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