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서울·경기 아파트 분양·입주권 전매 816건
올파포·디퍼아 입주권에 붙는 ‘피’ 오름세 보여
“시세 키맞추기” “분양가 상승세에 매수 움직임”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올해 초까지만 해도 부동산시장 침체 속 찬밥 신세였던 분양·입주권 거래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집값은 부진해도 아파트분양가가 계속 오르자 서둘러 새 집에 들어가려는 움직임 등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분양가 논란이 있던 아파트, 전매 제한 규제 완화에 장점이 약해진 조합원 물량(입주권)에 붙는 웃돈이 오르는 등 시장 분위기의 변화가 감지된다.
3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경기 안양시 동안구 ‘평촌센텀퍼스트’ 전용 84㎡ 분양·입주권 가격은 최저 10억원부터 최고 12억원 사이에 형성돼 있다. 동일 면적 일반 분양가는 최저 9억1170만원부터 최고 9억6480만원이었는데 최고가 기준 2억여원의 프리미엄이 붙은 셈이다.
중개업계에 따르면 11억원을 웃도는 평촌센텀퍼스트 전용 84㎡ 매물은 주로 풀옵션 및 조망권을 갖추고, 로열 동·호수를 받은 조합원 물량이다. 앞서 해당 아파트는 지난 1월 진행된 1·2순위 청약에서 부진해, 선착순 분양에서 10% 할인 분양을 한 수도권 대단지로 유명세를 탄 바 있다. 오는 11월 입주를 앞두고 일부 잔여 가구가 분양되는 가운데 ‘마이너스 피(프리미엄)’는커녕 웃돈을 얹은 매물이 나온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일각에선 정부가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분양권 전매 제한을 완화하자 아직 실거주 의무 폐지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았음에도 시장 분위기에 일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아가 인근 단지 집값 반등세, 아파트분양가 상승 전망 등이 겹치며 분양·입주권 거래가 꿈틀대고 있다는 관측도 이어진다.
5월 31일 기준 서울부동산정보광장 및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경기 아파트 분양·입주권 전매는 816건(서울 51건·경기도 765건)에 달했다. 분양·입주권 거래가 늘며 주요 단지에서는 수억원대의 프리미엄이 붙은 거래도 잇따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전용 84㎡ 입주권은 지난 2일 17억2000만원, 11일에는 18억원에 거래됐다. 마피 우려가 있었던 해당 단지의 전용 84㎡ 일반 분양가는 12억3600만원에서 13억2040만원인데 이와 비교해 4억~5억원 높은 수준인 셈이다.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전용 96㎡ 입주권은 지난 2월 30억238만원에 거래됐는데 4월에는 1억원 이상 오른 31억2820만원에 손바뀜됐다. 전용 59㎡ 입주권 실거래가도 지난 2월 16억8658만원에서 3월 18억2388만원으로 올랐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둔촌주공 등 단지는 분양·입주권 가격이 주변 단지 시세와 키 맞추기를 하는 분위기”라며 “수도권 내 고분양가 우려가 있던 단지도 시장 상황이 맞물리며 매물 호가가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분양·입주권 거래 증가는 기저효과 영향도 있지만 분양가가 계속 높아지자 신축을 하루빨리 매수하려는 움직임도 있을 것”이라며 “다만 실거주 의무 폐지, 분양권 양도세 중과 등은 아직 법 통과 전이라 거래 급증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 분위기를 파악하려면 (전매 제한에서 자유로운) 입주권을 제외한 분양권 거래 움직임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