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 교섭단체대표연설 ‘블랙홀’로 작용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3대 정치 쇄신’ 서약을 제안했다. 이 대표가 전날 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띄우자 김 대표가 맞받은 모양새지만, 국민의힘에선 오히려 “이재명이 (불체포특권 포기) 미끼를 문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김 대표 측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 때부터 정치개혁 이슈를 띄웠고 이 대표가 이를 받으면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의 ‘블랙홀’로 작용했다는 것이 국민의힘 주장이다. 국민의힘은 ‘불체포특권’이 이 대표의 지난 대선 공약이라는 점을 들어 대야 공세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에 “김 대표가 취임 100일 기자회견부터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언급하지 않았냐”며 “국민의힘에선 이 대표가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불체포특권을 언급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 대표가 후쿠시마를 이야기했든 윤석열 정부를 비판했든 국민들은 ‘불체포특권 포기’만 기억할 것이기 때문에,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언급할 때 ‘걸려들었구나’ 싶었다”고 부연했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는 김 대표가 이 대표 연설 직후 연설문을 전면 수정했다고 귀띔했다.
김 대표는 지난 15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전현직 당대표부터 소속 의원 수십 명이 수사나 재판을 받는 민주당은 각종 특권을 남용하며 국회를 비리, 비호의 장으로 만들어 버렸다”며 “국민의힘은 불체포특권 같은 구시대적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말만 하는 민주당과 달리 실천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를 비롯해 노웅래, 이성만, 윤관석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데 반해 국민의힘을 탈당한 하영제 의원 체포동의안은 가결된 것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국민의힘이 주목하는 지점은 두 가지다. 이 대표가 지난해 대선 당시 불체포특권 포기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행동에 나서지 않았던 점, 그리고 앞으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이 대표는 국민들 앞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약속해놓고 손바닥 뒤집듯 그 약속을 어겼다”며 “국민을 속였기 때문에 국민에게 정중하게 사과하는 것이 도리”라고 직격했다.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시점에서 이 대표가 자신의 불체포특권을 포기했다는 점도 국민의힘이 이번 연설을 ‘정치적 쇼’로 보는 이유다. 앞서 검찰은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성남 FC 불법 후원금 의혹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체포동의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결국 검찰은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고, 수사는 마무리됐다. 대장동 사건 수사는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428억원 약정설’을 부인하고 있어 진전이 없는 상태다. 정치권에서는 새로운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는 한 영장 재청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