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올 한 해 국내 자본시장에서 주요 3개 종합상사주(포스코인터내셔널· LX인터내셔널·현대코퍼레이션)를 관통하는 말은 바로 ‘도약’이다. 본업인 ‘트레이딩’ 외에 새롭게 돈을 벌기 위해 손을 댄 화석 에너지, 식품 부문은 물론이고 2차전지 소재, 친환경에너지사업 등 신사업의 성과가 부각되며 투자금이 몰려 들고 있기 때문이다.
헤럴드경제가 지난 1995년 5월 이후 28년간 3개 종합상사주의 주가 흐름을 분석한 결과, 이 회사들을 거쳐간 자본에 따른 주가의 흐름은 각사의 각양각색 흥망성쇠사(史)를 잘 보여준다. 사상 최고 주가에 이르며 ‘최전성기’를 누리는 곳이 있다면 수년 전 도달했던 정점에 다시 이르는 중흥을 꿈꾸며 새로운 활로 찾기에 몰두하는 곳도 있기 때문이다.
황금기를 누리고 있는 포스코인터내셔널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주요 4개 종합상사주 가운데 주가상승세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곳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이다. 올해 첫 거래일(1월 2일) 종가 기준 2만2600원이던 주가는 지난 27일 6만6000원으로, 194.69%나 상승했다.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던 지난 26일(8만5100원)엔 276.55%까지 커지기도 했다. 시가총액도 14조9710억원을 기록하며 코스피·코스닥 종목 전체에서 시총 23위에 오르기도 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일본 주요 종합상사 주식의 보유 비중을 늘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모빌리티·헬스케어 등 새 먹거리 찾기에서 두각을 드러낸 일본 상사기업들처럼 포스코인터내셔널도 2차전지·친환경에너지 등으로 사업다각화 전략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지난 4월 ‘친환경 에너지 & 글로벌 비즈니스 개척자(Green Energy & Global Business Pioneer)’란 새로운 비전 아래 오는 2030년까지 연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4조원 이상, 시총 23조원 달성이란 목표를 제시한 것도 투자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흑연 조달과 동박 원료, 폐배터리 재활용사업 등 포스코그룹 2차전지 밸류체인에서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역할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며 “액화천연가스(LNG) 증산과 탄소포집·저장(CCS) 밎 재생에너지사업도 담당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2050 탄소중립 비전’에서도 주요 역할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선 과거 대우그룹 핵심 계열사였던 ㈜대우 시절은 물론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후 1999년 그룹 구조조정에 따라 ‘대우인터내셔널’로 분리 출범했을 때를 거쳐 지난 2010년 포스코그룹에 편입됐던 과거 모든 시점 중 현재를 황금기로 꼽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지난 26일부터 시작된 2차전지주에 대한 급격한 조정장세로 급등한 주가가 하락 국면에 접어든 것은 포스코인터내셔널 주가가 황금기를 얼마나 누릴 수 있을지에 대한 결정적 리스크가 될 전망이다.
저평가·예멘 가스전 재가동 힘으로 ‘부활’ 노리는 현대코퍼레이션
올 들어 지난 27일까지 현대코퍼레이션의 주가 역시 46.30%라는 급성장세를 보이며 투자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현대코퍼레이션의 최대 매력 포인트는 자동차, 철강, 화학제품, 플랜트 등을 수출입하며 거둔 실적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점이다. 현대코퍼레이션의 주가는 17일 종가 기준 2만50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달성했다.
현대코퍼레이션은 화려한 과거가 있는 회사다. ▷1981년 호주 석탄 생산 ▷1984년 예멘 유전개발 컨소시엄 등을 수행하며 종합상사에 신사업 분야로 꼽혔던 에너지사업에도 일찍부터 참여했다. 1988년엔 업계 최초로 미수교국인 소련 모스크바에서 ‘한국상품전시회’를 열기도 했고, 1991년엔 ‘포브스’에 의해 세계 5000대 기업으로 선정됐다.
2000년대 들어 대주주가 잇따라 바뀌며 표류한 현대코퍼레이션은 지난 2009년 현대중공업그룹의 품에 안기며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진출해 있던 예멘 가스전에서 연간 배당금 수익이 6000만달러가 났던 2014년에는 주가가 3만원대에 이르렀고, 지난 2018년에는 주가가 최고 4만98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증권가에선 현재 시점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기회라고 본다.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이 3.6배에 불과해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고, 예멘 내전으로 가동 중지된 예멘 LNG의 재가동 여부에 따라 이익 레벨 눈높이는 더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역발상’이 필요한 LX인터내셔널
올 초부터 지난 27일까지 LX인터내셔널의 주가상승률은 7.22%로,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현대코퍼레이션에 비하면 다소 약한 모습이다.
2분기 예상 실적에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26.2%, 47.7% 감소한 3조7000억원, 1514억원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다만, LX인터내셔널의 주가를 끌어올릴 최대 강점은 ‘인수·합병(M&A)’ 본능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유리공업 지분을 100% 인수함으로써 친환경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운영하는 포승그린파워를 품에 안았고, 인도네시아 니켈광산 여러 곳에 대한 투자를 추진하며 2차전지 소재사업에도 적극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최근 투자자들의 가장 큰 관심을 끄는 부분은 HMM 인수전 참여를 본격화했다는 점이다. ‘빅딜’을 통해 지난 28년간 최고 주가인 6만1300원(2011년 7월)은 물론 가까이 작년 9월 기록한 4만6150원을 다시 터치할 수 있는 기반을 닦고 있는 셈이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작년 높은 기저효과로 올해 실적 모멘텀의 부진은 지속될 것이지만 이미 주가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어 역발상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신성장 부문에서 신사업의 실적 반영과 석탄 생산량 증가 등은 긍정적이다. 하반기에는 니켈광산을 비롯한 친환경·신재생 투자의 가시적 성과를 보일 것으로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