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화학 대전 나일론 필름 공장 내달 25일 문닫아
SKC 필름 사업 매각…LG화학도 디스플레이 필름 매각 추진
중국 저가 제품 공세에 수익성 악화
이차전지 등 신사업 투자금 확보 전략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이 과거 주력 사업이던 필름 사업을 잇달아 축소 및 매각하고 있다. 중국이 저가 제품을 앞세워 생산량을 늘리자 제품을 제가격에 팔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대신 이차전지, 친환경 소재 등 떠오르는 신사업 경쟁력을 키우며 사업 대전환 속도를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따른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효성화학은 다음 달 25일 대전 나일론 필름 생산공장을 폐쇄한다. 나일론 필름은 충격강도, 산소 차단성이 우수해 생활용품 포장재로 활용되고 있다. 효성화학은 1996년 나일론 필름 사업에 진출했다.
대전공장에 있던 일부 부품은 또 다른 나일론 필름 생산라인인 구미공장으로 이전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공장 폐쇄로 효성화학의 나일론 필름 생산공장은 기존 3개(대전, 구미, 중국 취저우)에서 2개로 줄어든다. 효성화학은 대전공장 인력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혹은 이전 배치 신청을 받고 있다.
효성 관계자는 “나일론 필름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노후화된 대전 공장을 폐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석유화학 기업들은 필름 사업을 아예 매각했다. SKC는 지난해 필름 사업을 1조5950억원에 한앤컴퍼니에 팔았다. LG화학은 최근 디스플레이 필름을 생산하는 충북 청주공장과 오창공장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했다. 2021년에는 점착 필름인 OCA 필름 사업을 정리했다.
필름 사업은 한때 석유화학 기업들의 주력 사업 중 하나였다. LG화학의 디스플레이 필름 사업은 매년 수천억원의 매출을 꾸준히 달성하고 있다. SKC의 경우 필름 사업이 모태 사업이다. 국내 최초로 비디오테이프 등에 사용되는 폴리에스터(PET) 필름을 개발한 회사가 바로 SKC이다. SKC는 투평 폴리이미드(PI) 필름 등 다양한 고부가 제품도 개발했다. 효성화학은 국내 나일론 필름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필름 사업 축소·매각을 결정한 이유는 중국이 저가 제품을 앞세우면서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이 급등함에도 저렴한 중국 제품 때문에 국내 업체들이 완성품에 원재료 가격 인상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PET 필름 생산 규모는 연간 250만t 이상으로 세계 최대이다. 중국은 디스플레이 필름 등 다른 필름 제품의 생산량도 빠르게 늘렸다.
신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LG화학은 ▷친환경 소재 ▷전지 소재 ▷혁신 신약 등 3대 신성장 동력에 2025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SKC 자회사인 SK넥실리스는 이차전지 음극재 소재인 동박 생산 규모를 현재 5만2000t에서 2026년 20만t까지 늘릴 계획이고, 효성화학은 친환경 제품을 지속해서 개발하고 있다. 신사업에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결국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만큼 비주력 사업 매각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