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아이폰 등 스마트폰 관련주의 주가가 한동안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에 의해 좌우되는 국면이 펼쳐질 것이란 증권가의 전망이 나왔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11일 보고서를 통해 “아직 본격적인 실적 시즌에 진입하지는 않았지만 국내 대형주들의 실적 하향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하반기 IT 소비 회복이 지연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테크 섹터 내 뚜렷한 이벤트가 없는 상황에 아이폰(iPhone) 15 시리즈 공개를 주목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김록호 연구원은 종목별로 LG이노텍의 3분기 실적이 재차 하향 조정될 수 있지만, 이미 중국발(發) 악재로 인해 주가가 하락한 상황인 만큼 하방이 단단해진 것으로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중앙정부기관 공무원들에게 아이폰을 포함한 외산 스마트폰의 업무용 사용을 금지하고, 기타 공공기관과 국영기업까지 관련 조치를 넓혀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애플은 12일(현지시간) 아이폰 15 시리즈를 공개한다.
김록호 연구원은 “애플 입장에서도 최상위 모델의 판촉에 힘을 쓸 것이기 때문에 4분기 및 이후 실적이 양호할 가능성에 주목한 투자 아이디어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테크 내에서 다른 종목들의 투자포인트도 애매한 상황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편안한 투자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KB증권은 중국 정부의 ‘아이폰 사용 금지령’에 대한 불안심리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과하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치의 범위가 범국가적으로 확대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중국 중앙정부 부처에서만 아이폰 사용이 금지된다면 중국 아이폰 판매량이 1% 감소할 것”이라며 “국영 기업까지 확대되면 감소량은 4%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추정했다.
김동원 연구원은 “애플이 중국에서 아이폰을 현지 생산하며 창출하는 일자리 수가 700만개에 달한다”며 “실업률, 부진한 내수 경기 등을 고려하면 이번 조치가 전면 확대할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해당 조치는 경제적 득실을 고려할 때 실익이 없다”며 “아이폰은 이미 패션 아이템이 됐기 때문에 아이폰 15에 대한 수요가 예상보다 양호할 수 있다”고 했다.
김동원 연구원은 “이번 조치가 알려진 후 애플은 10%, LG이노텍·LG디플레이의 주가는 30%가량 급락했다”며 “중국 모든 지역에서 아이폰 판매가 금지돼도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의 연간 매출액은 9% 줄어드는 데 그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아이폰 사용금지에 대한 불안심리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으로 보여 향후 투자심리가 반전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한편, 김록호 연구원은 다른 주요 전기·전자 종목들 역시 실적 하향 조정에 따른 적정 주가 고민이 깊어지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김록호 연구원은 삼성전기의 3분기 실적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다고도 봤다. 그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업황의 흐름은 유지되고 있지만, 실적이 다시 한번 하향 조정된 점은 부담”이라며 “기판 부문에서의 모멘텀은 유효하기 때문에 현재 주가 레벨이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LG전자에 대해서도 김록호 연구원은 제너럴모터스(GM) 전기차 ‘볼트’의 일회성 비용이 재차 반영된 점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선 부담이 됐다고 추정했다. 그는 “GM 이슈는 VS 사업부의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면서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6배까지 하락해 추가 하락은 제한적이라 판단한다. 4분기 VS 사업부 가치가 부각될 수 있는 이벤트를 기다리는 전략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