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석자이 전용84㎡ 보류지 입찰가 16.5억원

부동산 시장 회복세에 높은 수준 입찰가 형성

파리 날릴 때는 가격 낮추기 바쁘더니…얼굴 바꾼 보류지[부동산360]
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자이’ 단지. [헤럴드경제 DB]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부동산 시장 침체에 외면받던 아파트 보류지 매물이 다시 ‘알짜’ 지위 회복을 노리고 있다. 올 초엔 강남권 보류지 매물도 재매각에 나서는 등 찬밥신세였지만, 최근 시장 분위기가 바뀌며 몸값도 오르고 있다. 올해 무순위 청약 최고경쟁률을 기록한 동작구 ‘흑석자이’ 아파트는 실거래 최고가보다 높게 보류지 매물을 내놨다.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흑석자이(흑석3구역) 조합은 지난 4일 아파트 보류지 13가구에 대한 입찰 공고를 냈다. 입찰은 이달 18일까지 진행되며, 모두 전용 84㎡ 매물로 최저 입찰가는 16억5000만원이다. 이 같은 최저 입찰가는 실거래 최고가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흑석자이 전용 84㎡는 지난 7월 말 최고가 15억9500만원(8층)에 팔렸다. 다만 현 시세는 16억9000만~18억원 사이에 형성돼 있다. 흑석자이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시세를 고려하면 1차 입찰가가 높은 건 아니다”라며 “현재 나온 매물 중 매도인과 협의해야 나올 수 있는 금액대”라고 말했다.

보류지는 조합이 분양하지 않고 남겨둔 물량으로, 보통 최저 입찰가는 실거래가 기준에서 조합 재량으로 정해진다. 매각 과정에서 입찰가는 오를 수 있다. 일반분양처럼 싸게 살 수 있는 구조는 아니지만, 보류지 입찰은 만 19세 이상이면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다주택자도 참여할 수 있다. 입찰가를 기준으로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응찰자가 낙찰받는다.

시장이 활황일 때는 가점이 낮은 무주택자부터 현금 부자까지 몰려 높은 경쟁률로 모두 판매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지난해 부동산 침체기가 본격화되며 올 초까지도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다. 계약과 중도금, 잔금 등을 60일 안에 치러야 해 단기간에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도 더 부각됐다. 이에 강남권에서조차도 보류지 ‘할인 매각’은 쉽지 않았다. 실제로 강남구 대치동 ‘대치르엘’의 경우 작년 4월부터 4차례나 매각 공고를 낸 이후에야 가격을 낮춰 매각에 성공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을 중심으로 상승 거래가 잇따르며 입찰가에도 이런 흐름이 반영되고, 조합도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 하반기 들어 보류지 매각 공고를 낸 서울시 내 정비사업조합은 7곳이다. 이 중 서울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는 이달 11일부터 13일까지 보류지 27가구 입찰 신청을 받는데, 최고가 대비 낮은 입찰 가격에 수요자가 몰릴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광진구 자양동 ‘자양하늘채베르’(자양아파트) 조합은 전용 46㎡ 보류지 1가구를 최저 입찰가 7억3380만원에 내놨는데, 이는 2021년 분양가 4억8000만원대와 비교해 50% 이상 높은 수준이다.

원베일리 전용 84㎡의 보류지 최저 입찰가는 39억5000만~41억원이다. 최근 실거래된 최고가(45억9000만원)보다 5억원가량 낮은 수준이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연초만 하더라도 부동산 시장 회복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아 시세와 비슷한 보류지가 유찰됐지만, 이제는 가격 반등을 기대하며 시세 대비 수천만원을 더 주고라도 신축에 살겠다는 수요자들이 있다”며 “조합들도 보류지 가격에 이런 상황을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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