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 클릭, 미국의 시작, 남태평양 수도⑥
투 러버스 포인트, 절경이라 더 서러웠다
[헤럴드경제(괌)=함영훈 기자] 괌의 허리, 투몬만(bay)에는 서편 바다를 내려다 보는 호텔-리조트가 즐비하다. 가장 아름다운 석양을 자랑하는 곳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몰려든 것이다.
투몬만의 북쪽 끝자락 볼록하게 튀어나온 지점, 남으로는 투몬만, 북으로는 탕기슨비치가 있는 한 가운데의 이 절벽은 괌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엔 아름답고도 슬픈 사랑이야기가 전해진다. 이곳에서 감상하는 절경이 차라리 서럽다는.
스페인 지배 이후 생겨난 러브스토리인데, 첫번째 차모로인 끼리의 사랑(차모로민족 내 구전 이야기), 두번째 차모로인과 스페인 사람의 사랑(주로 스페인에 전해진 이야기), 두 종류가 회자되다가 스페인의 영향력이 완전히 사라진 이후, 지금은 ‘차모로인 끼리의 사랑’ 단일 스토리로 통일됐다. 제2의 버전은 차모로와 스페인의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정복자들이 지어낸 것으로 추정된다.
그곳에 여러 나라 언어로 걸려 있는 스토리는 이렇다.
“옛날, 가장 막강한 세력을 자랑하는 한 차모로 추장이 살았다. 그에게는 매우 아름다운 큰 딸이 있었는데, 그는 그 딸에게 스페인 장교와 결혼할 것으로 명령했다.
그녀는 비록 어리고 수줍음이 많긴 했지만, 아주 강한 의지의 소유자였다. 그러기에 결코 부친이 정해주는 대로 마음에도 없는 결혼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스스로 택한 사랑은 아주 강하고 잘 생긴 차모로 전사였다.
하지만 그녀의 부모는 딸이 선택한 사람을 더 이상 만나지 못하게 했다. 부모의 축복이 없이는 결코 결혼할 수 없었기에 그녀는 절망감에 몸부림쳤다.
마침내 두 연인은 카누를 타고 몰래 섬을 도망칠 계획으로 해안가에서 만났다. 달에서 은은히 뿜어 나오는 빛에 반사된 은빛 물결은 투몬만을 잔잔히 비추고 있었고, 세상은 마치 마법에 걸린 듯했다.
바로 그 순간, 갑자기 스페인 병사들이 나타나자 두 연인은 행복한 꿈에서 깨어나 도망치기 시작했다.
절벽 끝에 다다른 두 연인은 마지막으로 황홀한 사랑을 나누며 마음과 영혼은 하나가 되었다. 달빛은 그들의 아름다운 얼굴을 찬연히 비추었다. 그들은 젊고 완벽했으며 너무나 아름다웠다.
이윽고 두 연인은 절대로 떼어질 수 없는 하나가 되기 위해 검게 빛나는 그들의 긴 머리카락을 하나로 묶었다.
서로의 손을 꼭 잡은 두 연인은 절벽 가장자리로 가서 추호의 두려움 없이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다.
병사들이 숨을 헐떡이며 언덕 위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모든 게 너무 늦었다. 부드러운 달빛 만이 두 연인이 영원으로의 여행을 떠난 절벽 주위를 무심히 비추고 있었다.
그들의 영원한 사랑을 증명이라도 하듯, 지금 ‘사랑의 절벽’에서 파도가 칠 때 마다, 두 연인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린다고 몇몇 현지인들은 전한다.
바다가 코 앞인데도 산길을 오르듯 경사진 길을 따라 가다 입구에 도착하면 널찍한 대지가 있고, 입구에서 ‘TWO LOVERS POINT(투 러버스 포인트)’라는 글귀가 새겨진 화단을 만난다. 넓은 대지를 보면, 이곳에 절벽이 있을 줄은 생각하기 어려운 지형이다.
사랑의 절벽 전망대에 조금씩 근접해, 이곳을 방문한 수많은 지구촌 연인들이 손수 ‘영원한 사랑’의 다짐이 풀리지 않도록 잠근, 핑크빛 자물통 수백개를 발견할 무렵, 비로소 절벽임을 깨닫는다.
전망대 계단앞 사랑의 스토리가 그림 병풍 처럼 설치돼 있고, 1층 전망대에 오르면 깎아지른 잿빛 은회색 절벽과 푸른 수목, 황금색 모래, 에메랄드빛 바다가 4색 절경을 빚어낸다.
2층 전망대에선 결코 변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다양한 사랑의 포즈를 취하는 사람들을 함께 앵글에 담는다. 112m 높이의 절벽 위에 자리한 전망대는 노을 맛집이기도 하다.
‘미국의 시작’인 괌 주민들은 그렇게, 이전 지배세력이던 스페인과의 사랑이 아닌, 원주민 차모로 선남선녀의 러브스토리를 아름답게 복원해, 지구촌 연인들의 핫플레이스로 단장해 두고 있었다.
북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탕기슨 비치(Tanguisson Beach)를 만난다. 사랑의 절벽 인근에 자리하고 있는 해변으로 현지인들이 많이 찾던 곳이다.
문 닫힌 진입로는 사전 허가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는데, 데일리 투어나 패키지 처럼 단체관광일 경우 미리 얘기가 돼 있기 때문에 편하게 진입한다.
이곳의 명물 버섯바위를 찾아 들어간다. 숲길을 지나 해변에 도착하자, 서로 다른 색들로 칠해놓은 작은 벤치가 여러개 놓여있고, 별을 머리에 인 그대가 바다로 향해 서있다. 좁은 데크길을 굳이 놓지 않아도 될텐데, 멋진 풍경을 보러온 사람을 예우하듯 브라운 카펫 처럼 나무길을 만들어 두었다.
버섯바위는 절벽에서 떨어져 나간 4개의 바위섬이 파도에 깎이면서 가분수 모양으로 변한 것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모양새가 다르다. 해변에 들어서자마자 버섯처럼 보이던 바위는 북쪽에서 보면 컬링스톤을 뒤집어 놓은 모양, 한국만화 고바우 영감을 닮은 모습, 머리 큰 송이버섯 닮은 것 등으로 변한다.
이곳에선 별자리 관측도 한다. 한국 청정지역에서 조차 관찰하기 힘든 쌍둥이, 양, 처녀, 게자리를 비롯해 전갈, 궁수, 염소, 물병, 물고리자리 등 많은 별자리를 연인,가족과 함께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계속〉
■‘하파데이(HAFA ADAI)’ 괌 자연·휴양·레저·인문·역사·미식 기행, ‘괌 클릭, 미국의 시작, 남태평양 수도’ 시리즈, 글 싣는 순서 ▶2023년 9월18일자 ①4시간 만에 만나는 미국, 괌에서 차모로와 춤을.. ▶9월21일자 ②사진맛집 괌 솔레다드 요새와 우마탁의 인간창조 신화 ③지구는 둥글다고 일러주는 세티, 괌 5000년 유적 ▶9월28일자 ④괌-티니안 한국 후손들, “올 추석도 행복하길..” ▶10월5일자 ⑤괌 문화예술에 깃든 자존감,포용력 & 잘~놀기 ⑥검은 머리 한데 묶고 영원한 사랑을..괌 로맨스 ▶10월12일자 ⑦“손님 원하는대로” 한국인 천국, 괌 음식·쇼핑·클럽 ⑧가장 괌 답다. 이나라한 곰바우..퍼스트비치도 ▶10월19일자 ⑨돌핀크루즈,별밤,등산,민속..괌 컬러풀 액티비티 ⑩괌내 한국계, 필리핀계 이어 2위, 괌-한국 진한 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