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우리가 먹는 음식이 우울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과학적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과자, 콜라, 아이스크림, 도넛 등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s)을 자주 먹을수록 우울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도 최근 발표됐다.
“초가공식품 자주 먹을수록 우울증 위험 50%↑”
국제 학술지 ‘미국의사협회저널(JAMA)’ 최신호에 실린 미국 하버드대 의대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3만2000여 명의 42~62세 여성을 대상으로 식단과 우울증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초가공식품을 많이 섭취할수록 우울증 발병 위험이 높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초가공식품을 가장 많이 섭취한 그룹(상위 20% 이상)은 다른 그룹에 비해 우울증 발병 위험이 50% 높았다.
또 체지방 비율을 포함해 제2형 당뇨, 고혈압, 이상지질혈증과 같은 질환의 위험 수치도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만성 우울증을 앓고 있다면 초가공식품이 증상을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초가공식품, 뇌와 연결된 腸에 염증 일으켜”
초가공식품의 과도한 섭취가 비만과 성인병뿐 아니라 정신건강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팀은 초가공식품 섭취와 염증 사이의 관계로 그 원인을 분석했다. 우리 몸의 장(腸)은 기분을 조절하는 뇌 호르몬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때문에 초가공식품에 들어가는 각종 첨가물이 체내에 만성 염증을 일으키고, 이것이 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초가공식품의 과다 섭취로 건강한 장내 미생물 환경이 파괴될 수 있다. 장내 미생물이 만드는 나쁜 부산물이 뇌에 전달될 경우 기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과학적 증거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이는 초가공식품 섭취와 우울증 위험과 연결성을 설명해준다”고 했다.
음료도 마찬가지다. 이번 연구에서는 인공감미료가 들어간 음료 역시 우울증 위험 증가과 유의미한 연관성을 드러냈다. 앞서 2014년 미국국립암연구소(NCI)에서 진행한 연구에서는 인공감미료가 들어있는 탄산음료와 차를 많이 먹을수록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장내 미생물이 뇌와 직접 신호를 주고 받는다는 ‘장뇌축 이론’은 이미 2000년부터 조명돼 왔다. 장내 미생물의 환경에 따라 알츠하이머 등 뇌 관련 질환에 영향을 준다는 이론이다.
흔히 기분이 나쁠 경우 달콤한 초가공식품을 먹는 경우가 많지만, 여러 의학 전문가는 이는 일시적 위로에 불과할 뿐 결론적으로는 우울증 위험을 올리게 만드는 습관이라고 경고했다. 즉 우울증과 초가공식품의 섭취는 서로를 더욱 증폭시키는 ‘악순환’ 고리가 될 수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