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첨제 당첨자 포기 패널티 크지 않아
사라진 청약통장도 1년이면 1순위 충족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최근 높은 경쟁률에 비해 낮은 계약률을 나타내는 단지들이 나오면서 청약 경쟁률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추첨제 등이 부활하면서 ‘묻지마 청약’으로 인한 청약 포기자가 늘어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청약을 진행한 서울 동작구 상도동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는 일반공급 당시 401명 모집에 5626명이 청약을 신청해 약 14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같은 달 구로구 개봉동에 들어서는 ‘호반써밋 개봉’ 청약도 110가구를 모집하는 1순위에 2776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이 25.23대1을 나타냈다. 하지만 두 단지 모두 미계약이 속출했다.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는 선착순 계약이 이뤄지고 있고, 호반써밋 개봉은 전날인 16일 72가구에 대해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분양시장에서 1순위에서만 수십대일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단지에서 미순양이 속출하는 이유 중 하나는 청약 추첨제가 부활했기 때문이란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청약 규제를 완화하면서 지난 4월 1일부터 전국 분양 시장에서 당첨자 선발시 전용 85㎡ 이하는 60%, 85㎡ 초과는 100% 추첨제를 적용하고 있다. 강남·서초·송파·용산 등 투기과열지구에서도 청약 제도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이 지역들에서도 전용 60㎡ 이하는 60%, 전용 60~85㎡에는 30%가 추첨으로 당첨자를 선정하고 있다.
1순위에 청약해 당첨됐는데 포기하면 재당첨 제한을 받는다. 일정기간 해당 지역 등의 아파트에 청약할 수 없다. 하지만 청약통장이 상관없는 추첨제 물량이 많아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저층 등 마음에 들지 않은 주택에 당첨됐다면 포기하고 마음에 드는 지역 물량을 추첨제로 노리는 게 나을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는 것이다.
특히 청약 당첨에 따른 재당첨 제한은 올 초 정부가 대다수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하면서 투기과열지구인 서울 4구(강남·서초·송파·용산, 최장 10년)를 제외하면 사라졌다. 여기에 투기과열지구 청약에 당첨되더라도, 비규제지역 민영주택 청약에는 재당첨 제한을 받지 않는다. 다시 말해, 비규제지역은 당첨 포기를 해도 청약 통장 사용 말고는 패널티가 없는 셈이다. 청약저축은 가입 후 1년, 월 약정납입금 12회 이상이면 1순위 청약 신청이 가능하다.
특히 추첨제 청약 당첨자들은 가점 자체가 당첨선과 멀어 청약통장 사용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최근 추첨제로 당첨된 청약을 포기한 30대 직장인은 “당첨이 되긴 했는데 지불 계획 세워보니 부담돼 포기하게 됐다”며 “어차피 가점으로 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새로 청약통장을 만들어 다시 청약을 넣어볼 예정” 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30대 직장인도 “가점이 10점대라 추첨만 바라보고 서울 지역 청약을 다 넣고 있다”면서 “계약은 당첨된 후 생각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고금리, 고분양가 상황인데도 청약 경쟁률을 보면 청약 열기는 높은 것으로 평가돼 시장을 곡해한다”면서 “추첨제의 경우 사실상 재당첨 제한이 없어 청약 경쟁률을 부풀리므로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