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도 윙윙, 5마리 잡았다” 여름보다 더 끔찍한 11월 모기 [지구, 뭐래?]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올해 들어 요즘이 가장 괴로워요. 매일 밤마다 푹 자질 못해 죽겠어요.”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A씨는 요즘 매일 밤마다 모기 때문에 괴롭다. 그는 “어젯밤에도 5마리를 잡았다”며 여름보다 더 모기가 많은 것 같다. 이게 11월이 맞느냐”고 반문했다.

A씨의 추측이 알고 보면 정답이다. 정말 올해는 여름보다 가을 모기가 더 심각하다. 10년 전만 해도 7월이 모기가 가장 많았다면, 올해는 가을 들어 절정을 이루고 있다.

이젠 가을 모기에 시달려야 하는 이유, 바로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 탓이다. 때를 가리지 않는 모기의 습격은 한국뿐 아닌, 전 세계적 현상이기도 하다. 가을을 넘어 이젠 겨울까지, 1년 내내 모기와 사투를 벌여야 할 시기도 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어젯밤에도 윙윙, 5마리 잡았다” 여름보다 더 끔찍한 11월 모기 [지구, 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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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51개소에서 채집한 모기의 주별 현황에 따르면, 지난 10월 5주에 서울에서 채집된 모기 수는 920마리를 기록했다. 이미 10월 2주에 올해 들어 처음으로 900마리 이상(933마리)을 기록한 후 또다시 900마리를 넘겼다. 주별로 올해 들어 가장 많이 모기가 잡힌 시기, 1·2위가 모두 10월이다.

정작 한여름인 8월 마지막주엔 287마리에 불과했다. 7~8월 이후 오히려 가을 들어 추세적으로 모기는 증가세다. 여름보다 가을 모기가 더 많다는 의미다.

“어젯밤에도 윙윙, 5마리 잡았다” 여름보다 더 끔찍한 11월 모기 [지구, 뭐래?]
2013년엔 7월에 채집 모기수가 가장 많았지만, 2023년엔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출처 서울시 모기예보]

이는 10년 전과 비교해도 확연히 차이 난다. 2013년의 경우 가장 모기가 많았던 때는 7월(1207마리, 7월 4주)로 나타났다. 이후 가을·겨울로 접어들면서 모기 채집 수는 추세적으로 점차 줄어들었고, 10월 마지막주는 382마리에 그쳤다. 10년 사이 이렇게 모기의 활동 시기가 변했다.

실제 올해 가을 들어 여름보다 더 모기에 시달린다는 호소는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B씨는 “10월만 되면 모기가 사라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늘었다”고 했고, 각종 커뮤니티에서도 “요즘 밤마다 잠을 설쳐서 일상 생활이 힘들다”는 류의 글을 다수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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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따뜻한 남서풍 유입으로 가을까지 이례적으로 날씨가 포근한 데에서 원인을 찾는다. 이상기후 영향으로 가을 기온이 상승하면서 가을모기가 일상화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모기는 낮 평균 기온이 13도 이하로 내려가야 활동을 멈춘다. 하지만 입동(立冬)을 목전에 둔 지난주까지도 낮 최고기온은 29도까지 오르는 등 가을답지 않은 날씨가 이어졌다. 11월 일 최고기온을 경신한 지역도 속출했다.

이 같은 현상은 국내만 국한된 현상도 아니다. 이상기후의 여파로 모기의 생존은 전 지구적으로 길어지고 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는 “기후변화와 인구증가로 2040년까지 50억명 이상의 사람이 말라리아에 걸릴 위험이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의 서식환경이 기존에 없던 시기와 장소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세계 일부 지역에선 모기의 생존 기간이 기존보다 5개월 더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덧붙였다.

“어젯밤에도 윙윙, 5마리 잡았다” 여름보다 더 끔찍한 11월 모기 [지구, 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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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후변화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온난화가 이어져 한국의 기후가 아열대 기후로 바뀌면 국내에서도 토착화된 말라리아가 출현할 가능성까지 경고하고 있다.

보고서는 “기온으로 인한 말라리아 발생 위험을 추정해볼 때, 서울에서 기온이 1도 상승하면 말리리아 환자 발생 위험이 10.8%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어젯밤에도 윙윙, 5마리 잡았다” 여름보다 더 끔찍한 11월 모기 [지구, 뭐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