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펠레그리노 영 셰프 아카데미 어워드’ 美 결산 우승자

“요리에 한국적 요소 담아…서울서 지낸 시간이 큰 영향”

“한국 미역을 초콜릿 크림에 넣었더니…” 다니엘 가우드 셰프 [식탐]
‘산펠레그리노 영 셰프 아카데미 어워드 2023’의 미국 지역 결산 우승자 다니엘 가우드 셰프가 해당 대회에서 요리를 준비하고 있다. [산펠레그리노 영 셰프 아카데미 제공]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3년간 서울에서 지낸 시간이 삶과 경력에 큰 영향을 미쳤어요. 그래서 한식의 특성을 시그니처(대표) 요리에 반영하고 싶었습니다.”

국제 요리경연대회 ‘산펠레그리노 영 셰프 아카데미 어워드 2023’의 미국 지역 결산 우승자로 선정된 다니엘 가우드(Daniel Garwood) 셰프는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실제 다니엘 셰프는 올해 3월부터 치뤄진 미국 지역 결선대회에서 한식의 ‘반찬’ 구성과 ‘김치’, 그리고 ‘고추장’을 바른 오리고기를 선보였다. 한눈에 봐도 한국적 요소가 눈에 띄는, 흥미로운 조합이다.

“여러 나라의 여정, 다채로운 반찬으로 표현”

‘산펠레그리노 영 셰프 아카데미 어워드’는 이탈리아 미네랄 워터 브랜드 산펠레그리노가 출범한 대규모 경연대회다. 미식의 한계를 넘어 셰프들이 보다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도록 젊은 셰프를 발굴·육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약 2년에 걸쳐 진행되며, 전 세계 각 지역의 우승자 가운데 최종 우승자가 선정된다.

다니엘 셰프는 올해 ‘미국 최고의 영 셰프(Best Young Chef of USA 2022-23)’ 자리에 올랐다. 대회에서 선보인 그의 시그니처 요리는 ‘숙성 오리와 청주에 절인 감, 그리고 여행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반찬(Aged duck and persimmon in tak cheongju with banchan through the eyes of a traveler)’이다.

“한국 미역을 초콜릿 크림에 넣었더니…” 다니엘 가우드 셰프 [식탐]
다니엘 가우드 셰프가 미국 지역 결선에서 선보인 시그니처 요리 [산펠레그리노 영 셰프 아카데미 제공]

요리에는 마치 한국 밥상에서 볼 수 있는 반찬처럼 메인 음식 옆에 작은 음식들이 올려져 있다. 이러한 구성에는 그의 여행 경험이 담겼다. 다니엘 셰프는 “여러 나라에서 경험했던 순간과 깨달은 신념을 다채로운 반찬 요리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을 비롯해 스웨덴, 이탈리아, 영국 등의 지역에서 경력을 쌓아온 그는 현재 미국 뉴욕의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아토믹스(Atomix)’ 에서 일하고 있다.

요리 한 쪽에는 김치도 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에 머물며 다양한 김치 종류를 접할 수 있었다는 그는 가장 인상적이었던 김치로 ‘백김치’를 꼽았다. 다니엘 셰프는 “배와 다시마, 풋고추, 무로 만든 백김치는 산뜻한 맛의 향연이었다”며 “입 안을 감도는 상쾌한 맛에 매우 감동했다”고 극찬했다.

호주 출신인 그는 호주 내 프랭클린 레스토랑에서도 한국 요소를 활용한 디저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바로 화이트 초콜릿크림에 미역을 첨가한 디저트다. 한국의 생일 미역국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그는 레스토랑 고객의 생일이나 기념일 축하 케이크로 이 디저트를 개발했다. 주로 밥상에서만 보던 미역을 달콤한 디저트에 활용한 기발한 아이디어다. 다니엘 셰프는 “미역의 살짝 짭조름한 맛이 화이트 초콜릿의 단맛과 잘 어울린다”고 소개했다.

한국뿐 아니라 이번 경연대회에서 그가 선보인 요리에는 다양한 지역 특성도 엿볼 수 있었다. 다니엘 셰프는 “덴마크에서는 조림과 채소 발효를, 미국에서는 100가지가 넘는 토종 호박의 특별함을 경험했으며, 스웨덴과 벨기에서는 ‘솔트 크러스트(salt crust·소금 머랭으로 재료를 감싸서 오븐에 굽는)’ 조리법도 배웠다”고 말했다.

“한국 미역을 초콜릿 크림에 넣었더니…” 다니엘 가우드 셰프 [식탐]
다니엘 가우드 셰프(왼쪽)와 니나 컴튼 미국 지역 결선대회 심사위원. [산펠레그리노 영 셰프 아카데미 제공]

“경연대회, 참가만으로 셰프에겐 귀중한 경험”

이번 미국 지역 결선대회에서 다니엘 셰프 요리를 심사했던 니나 컴튼(Nina Compton) 심사위원은 “그의 특별한 여정이 음식으로 훌륭하게 전달돼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산펠레그리노 영 셰프 아카데미 어워드’의 가치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니나 컴튼은 “젊은 셰프들의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거대한 국제 무대가 마련되는 것은 수상과 관계없이 모든 셰프에게 귀중한 경험을 선물하는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니엘 셰프 역시 “다른 지역 셰프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직접 보고 들을 수 있었던 것은 굉장한 기회”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지난 10월 발표된 ‘산펠레그리노 영 셰프 아카데미 어워드 2023’의 최종 수상자는 포르투갈 출신의 넬슨 프레이타스 셰프다. 이번 회차는 15개 지역에서 166명의 셰프들이 예선을 통과, 역대 가장 많은 참가 기록을 남겼다.

“한국 미역을 초콜릿 크림에 넣었더니…” 다니엘 가우드 셰프 [식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