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노래 1등 줍시다” ‘히트곡 장인’ 김형석까지 당했다…충격적인 정체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이걸 상을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리고 이젠 뭐 먹고살아야 하나.”

최근 작곡가 김형석이 SNS에 올린 글의 일부다. 김형석 아트럼팩토리 대표는 수많은 히트곡을 작곡한 국내 대표 작곡가다.

저작권료만으로도 천문학적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유명 작곡가가 왜 생계를 고민하고 있을까. 이유는 그가 작곡 공모 심사에서 뽑은 1위 곡의 예상치 못한 ‘정체’ 때문이었다.

사연은 이렇다. 김형석은 최근 한 기관의 의뢰로 작곡 공모 심사에 참여했다. 1위로 작곡 곡을 뽑았고, 그는 이를 두고 “제법 수작이었다”라고까지 평했다. 여러 유명 가수들로부터 ‘호랑이 선생님’이란 별칭까지 갖고 있는 김형석이 이렇게 평가했다면 정말 ‘수작’인 셈이다.

문제는 그다음부터. 그는 “이후 주최 측으로부터 이 노래가 AI를 사용해 만든 곡이란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알고 보니, 작곡 AI 프로그램을 통해 텍스트만 입력하고 나온 곡이었던 것. 실제 이미 ‘작곡 AI’ 프로그램은 널리 상용화된 상태다. 작곡하고 싶은 몇 가지 키워드를 입력하고, 창의성 수준을 선택하면 그에 맞게 AI가 작곡 결과물을 내놓는 방식이다.

상당한 수작으로 호평한 1등 작곡 곡이 알고 보니 AI 프로그램이 간단히 만들어 낸 작곡이었던 것. 김형석은 “이걸 상을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리고 이젠 난 뭐 먹고 살아야 하나 허허”라고 적었다.

김형석은 작년 자신의 곡을 AI로 편곡하는 공모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당시 공모 방식은 AI 편곡 프로그램으로 초벌 편곡을 진행한 뒤 추가 작업을 통해 새롭게 곡을 재해석해 응모하는 방식이었다.

이와 관련 김형석은 “AI 기술이 초기에서 아직 인간의 생각과 감정을 완벽하게 재현하진 못하니 기술의 도움을 받아 창작물을 완성한다는 취지”라고 밝혔었다.

불가항력적인 AI 도입엔 개방적이지만, 아직 기술이 ‘초기단계’란 점을 감안한 공모전이었다. 그런 그조차 이번엔 충격을 받은 듯하다. 이미 AI 기술은 초기단계가 아닌, 사람의 작곡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는 데에서다. 그가 향후 작곡가린 직업의 생계를 우려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음악계는 AI 열풍에 심란하다. 최근 유행한 ‘밤양갱 AI 커버곡’이 대표적 예다. 가수 비비의 신곡 밤양갱을 AI를 통해 커버곡을 제작, 유튜브 등에 유통하는 행태다. 수십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고, 이에 해당 연예인들이 “난 부른 적 없다”고 공식 해명을 나서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룹 퀸 보컬 프레디 머큐리가 아이유 노래를 부른 AI 커버곡은 100만회 이상 조회 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이 같은 커버곡은 유통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조회 수를 기록했지만, 정작 목소리가 쓰인 당사자들은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했다.

상황이 심각하자 방송통신위원회는 ‘AI 생성물에 대한 규제 강화’를 올해 업무계획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AI로 만든 콘텐츠는 “AI가 제작했다”는 문구를 의무적으로 표기하게 하는 방안 등이 추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