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랠리 속 구리 가격도 고공행진
구리 레버리지 상품 등 거래량 폭증
데이터센터 수요로 구리 가격 상승 전망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각종 원자재 가격이 랠리를 이어가면서 구리에 투자하는 관련 상장지수증권(ETN) 거래량도 급증했다. 인공지능(AI) 산업에 따른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로 구리 값 추가 상승 전망이 나온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QV 레버리지 구리 선물 ETN(H)’ 거래량은 최근 한 달간(3월12일~4월11일) 7만712건으로 한 달 전(167건)대비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 ETN은 미국 상품거래소(COMEX)에 상장한 구리 선물 일간 변동률의 2배를 추종한다. 최근 구리 값 상승에 따라 한 달 간 19.91% 수익률을 기록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한 달 간 900만 원가량 순매수하며 구리 값 상승에 베팅했다. 반면 기관은 동일한 금액대로 순매도했다.
미 상품거래소에 상장된 구리 선물 일간 변동률을 역으로 2배 추종하는 ‘KB 인버스 2X 구리 선물 ETN(H)’ 거래량도 폭증한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은 순매도에 나섰다. 구리값 상승에 따라 한 달 간 수익률이 18.47% 하락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은 506만 원가량 팔아치웠다. 한 달 간 거래량은 2만6433건으로 직전 한 달(203건)대비 증가했다.
구리 값은 최근 연일 상승하며 고점을 향해가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현물 가격은 10일 t(톤)당 9365달러 기록하면서 지난해 1월18일(9436달러)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근 한 달 간 9.89% 증가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8000~8500달러 박스권에서 등락을 반복했지만, 이후 상승하며 지난 4일부터는 톤당 900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각종 산업분야의 필수재인 구리는 이른바 ‘닥터 코퍼(Dr. Copper·구리 박사)’라 불리며 실물경제의 선행지표로 간주된다. 경기가 확장하거나 회복기에 들어가면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격이 상승한다. 구리값 상승은 원자재 최대 소비국인 중국 경기가 반등하는 등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회복 영향으로 분석된다. 더불어 중국 내 제련소들의 감산과 남미 구리 광석 공급 감소로 인한 공급 부족도 상승을 부추겼다.
최근 구리를 비롯한 금, 은,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값이 나란히 상승하면서 관련 ETN 수익률도 고공행진한 가운데 구리 가격 상승을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도 상위권에 올랐다. ‘한투 레버리지 구리 선물 ETN’과 ‘신한 레버리지 구리 선물 ETN’은 최근 한달 기준 각각 수익률 25.83%, 25.21%를 기록하며 전체 ETN 수익률 13,14위를 차지했다.
구리 값은 데이터센터 수요의 폭발적 증가에 따른 추가 상승 전망이 제기된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AI 데이터센터를 짓는데 필요한 구리의 양이 전부 순 초과수요를 유발한다고 가정할 때, 2024년부터 2027 년까지 연평균 24%포인트의 구리 가격 상승을 유발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다만 가격 상승 압력은 2024~2025년보다 2026년 이후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