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적 선거 절차 보장 안 돼”

한시적 라이선스 기한 연장 안해

블룸버그 “중장기적 생산 감소”

美, 베네수엘라 원유 제재 재개…유가 상승 변수 추가
베네수엘라 푸에르토 카벨로의 원유 정제 시설 [로이터]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미국 정부가 7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불공정 선거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대해 석유와 가스 부문 제재를 재개한다. 베네수엘라 원유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 중동 분쟁으로 들썩이는 유가를 자극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 국무부는 6개월 간 한시적으로 발급을 허용한 베네수엘라 석유·가스 판매 라이선스(44호) 기한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로써 해당 라이선스는 18일 0시를 기해 종료된다.

미 국무부는 “베네수엘라의 현재 상황을 면밀히 검토한 끝에 우리는 베네수엘라 여당 측이 바베이도스에서 야당 측과 체결한 선거 로드맵 합의에 따른 약속을 완전히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며 “ 절차 이행을 질서있게 하기 위해 45일간 윈드다운(단계적 축소 전환) 면허를 발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는 지난 2022년 11월 석유회사 세브론에 6개월 기한으로 베네수엘라에서 원유 생산을 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베네수엘라산 석유와 가스, 금 전반에 대해 거래를 승인하는 6개월 짜리 라이선스를 부여했다. 베네수엘라가 올해 민주적 절차에 따라 대통령 선거를 치르기로 한 데 따른 대응이었다.

앞서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1월 30일 모든 후보의 대선 경쟁을 보장했던 합의가 지켜지지 않을 경우 라이선스 44호를 만료할 것이란 방침을 공식화한 바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제재 재개 결정에 대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라파엘 테예체아 베네수엘라 석유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라이선스 만료 후에도 외국 기업과 계속 거래할 의향이 있다”며 “미국 재무부가 (5월 말까지) 개별 라이선스 발급 요청에 회신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오는 7월 28일 치러지는 베네수엘라 대선에서는 니콜라스 마두로(61) 대통령이 3선에 도전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26일 야권 유력 대선후보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의 과거 비위를 문제 삼으며, 마차도의 공직 입후보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후 마차도 대체 후보로 지명된 코리나 요리스 전 교수 역시 온라인 후보 등록이 차단됐다.

우여곡절 끝에 베네수엘라 ‘민주 야권 연합(PUD)’은 제3의 인물인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를 잠정적인 단일 대선후보로 등록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제재가 다시 재개되면 외국 석유업체들의 투자가 종료되면서 베네수엘라의 경제가 좌초되는 것은 물론, 세계 석유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통신은 “베네수엘라의 제한된 생산량에 대한 제재가 세계 석유 시장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땐 셰브론 포함해 외부 투자가 급감하면서 궁극적으로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량이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석유텍사스중질유(WTI)는 현재 배럴 당 82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스라엘 본토에 대한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배럴 당 90달러 선을 위협하던 유가는 이스라엘이 제한된 대응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급 상황에 따라 다시 상승할 수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의 원유 제재는 미국 휘발유 가격 상승을 부채질할 것이며 11월 대선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