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소속 ‘국가기간 전력망확충위’ 설립 등
정부 주도 수도권 대규모 전력공급책 마련 핵심
정부·여당안 이어 민주당도 사실상 동일 법안 발의
정작 5월 국회 협상은 표류…고준위 특별법도 변수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정부가 622조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한 ‘용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전력망 구축을 위한 특별법이 21대 국회에서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법안 필요성에 공감한 여야가 입장차를 좁히는데 성공했지만, 총선 이후 더욱 거세진 정쟁에 발목이 잡혔다. 기존 쟁점법안에 더해 5월 국회 일정 협상마저 불투명해지면서 임기 내 처리가 어렵다는 전망이 짙다.
1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계류 중인 주요 관련법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여당 간사인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안’을 포함해 4건이다. 장거리 송전망 신설을 포함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수도권 산업을 타깃으로 한 대규모 전력공급 대책 마련이 핵심이다. 전력망 건설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건설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인·허가 규제 완화 및 지원·보상책이 담겼다. 정부안에 해당하는 김 의원 안은 국무총리가 공동위원장을 맡는 ‘국가기간 전력망확충위’에 심의·의결 권한을 부여한 게 특징이다. 한국전력과 부처가 아닌 중앙정부가 주도권을 쥐고 신속하게 건설을 진행하기 위한 차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대통령실에서 열린 반도체 현안 점검회의에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에 필수적인 전기와 공업용수는 정부가 책임지고 공급하겠다”고 한 바 있다.
작년 10월 발의된 해당 법안은 11월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됐는데, 공적 영역인 송전사업 건설 사업시행 주체에 민간을 포함시키는 내용이 문제가 됐다. 건설물량이 급증하거나, 한전이 경영악화 등으로 설비를 적기에 구축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사후 귀속’을 전제로, 일부 민간에 예외적 개방을 허용하는 조항이다. 당시 산자위는 검토 보고서에서 “송전사업자와 사업시행자의 협약 내용에 따라 사업시행자에게 보상이 적정한지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며 이는 특정 사업자에 대한 특혜 시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했다. 민간 개방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정부·여당은 조율 끝에 12월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이 해당 조항을 삭제한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회재 의원이 사실상 동일한 내용의 법안을 같은 달 대표발의했고, 송갑석 의원이 올해 초 추가 법안을 내놨다.
여야가 유사한 법안을 연달아 발의한 만큼 주요 이견은 해소됐다는 게 중론이지만, 문제는 의사일정이다. 4·10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민주당이 채상병 특검법 등 쟁점법안의 5월 국회 처리를 압박하면서 본회의 협상은 표류 중이다. 윤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이후 처음으로 전날 오후 여야 원내대표 회동이 이뤄졌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게다가 산자위에는 ‘고준위 방사성 관리 특별법(고준위 특별법)’이라는 폭탄도 잠자고 있다. 원전 폐기물 처분 부지 확보를 위해 발의된 법안들은 21대 국회 내내 쟁점법안으로 손꼽혀 왔다. 여야 논의를 수 차례 거치며 접점을 찾았지만, 민주당 정책위 의장 등 요직을 지낸 김성환 의원이 반대 입장을 고수 중이다. 반대로 정부·여당은 이를 핵심 민생 법안으로 꼽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고준위 특별법을 놓고 “여야 간사가 아닌 원내대표 선에서 풀어야 할 사안”이라는 말이 나온다. 한 산자위 관계자는 “5월 국회 일정이 극적으로 합의된다고 해도, 고준위 특별법이 안건에 올라있는 한 산자위 회의 일정을 잡기 쉽지 않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여야가 국가기간 전력망 특별법 필요성에 공감하는 만큼 22대 국회에서 처리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당장 22대 국회 개원 협상에서 법제사법위·운영위원장을 둘러싼 여야의 줄다리기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법안이 재발의 되더라도 9월 정기국회 이전까지 논의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직후 진행된 21대 국회 개원 협상 당시에는 9월 정기국회 이후에도 상임위원장 재배분 문제를 놓고 여야 갈등이 반복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