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대출·채무 감당 못해 스스로 목숨 끊어
협력업체 대금, 임대보증금 등 후폭풍 현실화
정부, 7월 PF 옥석구분에 지방건설사 초비상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 기자] “능력있고 호감가는 친구였는데 안타깝습니다”
부동산 경기침체 장기화로 자금난을 호소하던 지역 건설업계가 40대 동료CEO A씨의 극단적 선택 소식에 술렁이고 있다. 업계에서 신망이 두터웠던 A씨는 지인들과 사채시장에서 수백억 규모의 돈을 빌렸고 채무가 늘어나자 이를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광주건설업계와 경찰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8일 선산이 있던 곡성에서 부인과 함께 동반자살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서류상 대표를 맡고 있지는 않았지만 각종 주택건설사업 등을 사실상 진두지휘하며 사업영역을 넓혀왔다. 지난달 법정관리를 신청한 한국건설과는 오랜기간 파트너십을 유지하며 각종 공사를 맡아왔다.
도시형 생활주택을 주로 공급하던 이 회사는 최근 광주역 인근에 대단지 오피스텔 사업을 추진하다 자금문제로 공사가 중단됐고 결국 주택도시보증공사 사고사업장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이 회사는 광주전남건설협회나 전문건설협회에는 가입하지 않아 자세한 회사정보는 오픈되지 않았다. 다만 부동산 임대, 분양, 공사 등의 사업을 진행하며 지역건설업계와 교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건설업계는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협력업체 대금결제와 연대보증, 인건비, 임대주택 보증금 반환 등의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어서다. 당장 A씨에게 수십억 규모의 자금을 빌려준 개인과 법인들은 돌려받을 길이 막막해 졌다. 협력업체의 대금결제도 수개월째 밀린 상태다.
실제 광주 광산구 첨단에 있던 A씨 회사는 최근 연락이 두절됐고 사무실도 폐쇄된 상태다. 이 회사가 전세로 내준 오피스텔 거주자들은 지난 20일 긴급공고문을 내걸고 전세보증금 반환 등에 노심초사하는 모습이었다.
첨단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는 A대표는 “A4용지 등 사무용품 대금 수백만원을 몇 달째 받지 못한 상태다. 수개월 전부터 결제 대금이 밀리기 시작했는데 어느순간 연락이 되지 않았다” 며 “본사를 직접 찾아갔는데 사무실은 폐쇄된 상태였다. 가뜩이나 매출이 줄어 자영업이 어려운 상황인데 난감하다”고 밝혔다.
정부가 오는 7월부터 부실사업장에 대한 강도높은 PF대책을 예고한 가운데 지역건설사는 “올것이 왔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지역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고금리, 고물가, 공급과잉, 미분양 증가 등 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지역부동산은 고사 위기에 처했다.” 며 “자살 등 안타까운 소식이 잇따라 들려오고 있다. 수도권에 비해 열악한 지방현실을 감안한 정부의 맞춤형 부동산 진단과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