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위, 금투세 폐지·물가 관리·ISA 비과세 등 전반 경제 정책 다뤄
국민의힘, 모든 이슈가 ‘방어전’…“차라리 지역 민원 처리하는 국토위”
‘윤석열 정부 겨냥’ 입법 벼르는 민주당…“새로운 성장동력 마련해야”
[헤럴드경제=신현주·양근혁 기자] 국민의힘 22대 국회의원 당선자 사이에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기가 시들해졌다. 기재위는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뿐 아니라 조세특례제한법, 종합부동산세법 등 세금 관련 법안을 다루는 ‘주요부서’로 꼽히지만, 총선 참패로 국민의힘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여당 기재위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개원을 앞두고 당내 상임위원회 신청을 마친 상태다. 1~3순위 지망을 적어내면 원내지도부가 선호를 반영해 배치하는 식이다.
특이한 점은 기재위 인기가 ‘시들’하다는 점이다. 국민의힘에서 주류인 TK(대구·경북) 지역 의원들 사이에서는 기재위를 1순위로 지망하는 의원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TK지역 의원은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기재위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도 “범야권 의석이 192석이다. 정부가 하려는 일을 사사건건 막을 것이 뻔하고 하다못해 금융투자세 관련해서도 야당이 정쟁을 걸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총선 직후만 해도 추경호 원내대표가 기재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원내대표직을 맡게 되면서 불가해졌다”며 “극한의 여소야대 상황에서는 예산도 민주당 마음대로 할 것이 뻔하지 않느냐. 차라리 지역 민원을 처리할 수 있는 국토교통위원회에 가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22대 국회 기재위 예상 안건으로는 ▷금투세 폐지 ▷윤석열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추경 ▷세수 펑크 ▷전기요금 인상 등이 꼽힌다. 국내외 경제 여건에 따른 물가 관리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여권에서는 기재위에서 다루는 모든 이슈가 ‘방어’ 성격이라 불리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일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ISA의 비과세 한도를 확대하는 조세특례제한법과 금투세를 폐지하는 소득세법 개정은 국민께서 간절히 바라셨던 법안”이라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은 전국민 25만원 지급과 함께 이를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요구하고 있다. 금투세 폐지 또한 ‘부자감세’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상대적으로 기재위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기재위를 희망하는 민주당 당선자는 “윤석열 정부가 경제에 대해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부분이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민주당과 국회가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다른 민주당 당선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예측 가능한 재정운영을 하지 않으니 기재부 공무원들의 자괴감도 클 것이다. 그러다보니 여당 의원들도 본인이 기재위에 가도 별로 할 수 있는 일이 없겠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며 “대통령이 국가 재정 방향에 대한 본인 철학을 가지고 무엇을 한다기보다 급조해서 왔다 갔다 하는 데 대한 불안감도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한편 국토교통위원회, 정무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 주요 상임위는 여전히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 상임위는 철도, 주택 재개발, 산업단지 유치 등을 다루는 부서라 지역 개발에 민감한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는 경쟁이 치열한 상임위다. 정무위의 경우 금융을 비롯한 기업 관련 사안이 몰려 인기다. 산자위에 지원했다는 국민의힘 당선인은 “당초 기재위에 지원할까 고민한 것은 사실이지만 산자위를 신청하기로 했다”며 “총선에서 당이 크게 졌기 때문에 개별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특히 초선의 입장에서는 정부를 뒷받침하기보다 지역구 민심을 달랠 때라고 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