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 코스피, 올해 ‘플러스’ 등락률 증시 중 꼴찌…코스닥 -3.13% ‘역주행’
‘AI 랠리·피벗·대장주 견인’ 글로벌 증시 랠리 공식 韓 만은 예외
대만 시총, 韓 시총보다 581조원 ↑…갈수록 격차 벌어져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국, 일본에 이어 유럽 주요국 증시까지도 ‘사상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지만, 한국 증시만은 ‘제자리걸음’을 넘어 ‘역주행’까지 하며 글로벌 증시 랠리에서 소외되는 모습이다. 등락률 순위에서도 전 세계 주요 31개국 지수 중 최하위권으로 전락했다. 인공지능(AI) 랠리 등 전 세계 금융투자시장 활황세에 증시 ‘대장주’가 제대로 올라타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데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마저 큰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장세가 맥빠진 모습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AI 랠리의 수혜를 제대로 받고 있는 TSMC가 대만 증시의 비상을 이끄는 모습과 삼성전자의 ‘역주행’이 극명하게 대조되면서 국내 증시 투자자들의 우려 역시 커지는 상황이다.
‘1.22%’ 코스피, 올해 ‘플러스’ 등락률 증시 중 꼴찌…코스닥 -3.13% ‘역주행’
27일 헤럴드경제는 글로벌 금융정보 사이트 인베스팅닷컴을 통해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31개 주요 국가 및 지역 내 32개 증시 지수의 등락률을 분석했다. 31개 국가 및 지역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주요 20개국(G20) 회원국을 비롯해 대만, 홍콩 등 중화권 증시, 유럽연합(EU) 등이 포함됐다.
지난 24일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 지수는 올 들어 1.22% 상승하는데 그쳤고, 코스닥 지수는 -3.13%로 뒷걸음질 쳤다. 등락률 순위도 전체 32개 지수 중 각각 28위, 30위에 그쳤다. 코스피는 ‘플러스(+)’ 등락률을 기록한 증시 가운데선 ‘꼴찌’였고, 코스닥은 29위 인도네시아(IDX, -0.69%), 31위 멕시코(IPC, -3.44%), 32위 브라질(보베스파, -7.36%)과 함께 ‘마이너스(-)’ 등락률 기록한 4개 지수 중 하나에 이름을 올렸다.
등락률 전체 1위는 42.92%를 기록한 튀르키예(BIST)가 차지했다 그 뒤를 덴마크(FTSE 덴마크, 20.95%), 대만(가권, 20.27%), 네덜란드(AEX, 16.32%), 일본(닛케이, 15.49%) 순서로 뒤따랐다.
아일랜드(6위, ISEQ, 14.97%), 그리스(7위, ATG, 14.27%), 이탈리아(8위, FTSE MIB, 13.64%), 독일(9위, DAX, 11.59%), 유럽연합(10위, 유로스톡스50, 11.36%), 스페인(11위, IBEX, 11.32%) 등 유럽 주요국 증시의 강세도 돋보였고, 미국(12위, S&P500, 11.21%)도 두 자릿수 상승 대열에 막차로 합류했다.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대가로 2년 넘게 서방의 고강도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13위, MOEX, 9.65%)와 ‘가자 전쟁’이 한창 진행 중인 이스라엘(23위, TA35, 6.06%)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완전히 노출된 국가들의 증시 등락률조차 한국보다 앞섰다. 작년 부진을 면치 못했던 홍콩(16위, 항셍, 9.16%), 중국(25위, 상하이종합, 3.83%) 등 중화권 증시도 반등에 성공한 모양새였다.
최근 3년간의 주가 변동률을 집계해 보면 결과는 더 참담했다. 코스닥(29위, -11.49%), 코스피(31위, -14.52%)는 ‘마이너스(-)’ 등락률을 기록한 주요국 증시 5곳 명단에 이름이 올랐기 때문이다. 韓 증시와 함께 ‘역주행’한 곳은 러시아(28위, -7.22%), 중국(30위, -11.68%), 홍콩(32위, -34.50%) 뿐이었다.
‘AI 랠리·피벗·대장주 견인’ 글로벌 증시 랠리 공식 韓 만은 예외
증권가에선 대만 증시와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점을 국내 증시 소외 현상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다.
지난 24일 종가 기준 코스피, 코스닥 시가총액은 2599조6776억원, 대만 증시 시총 합산액은 74조9250억대만달러(3180조5663억원)다. 대만 증시 규모가 한국 증시보다 약 581조원이나 앞선다는 것이다.
지난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한국과 대만의 시총은 엎치락뒤치락해 왔지만, 지난해 12월부터 대만이 우위를 굳히며 간격을 넓혀가는 추세다. 시가총액 격차도 올해 2월 171조원, 3월 226조원, 4월 360조원, 5월 412조원으로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만 증시 대장주 TSMC와 한국 증시 대장주 삼성전자 간의 시총 격차 확대가 양사 경쟁력이 예상과 달리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반도체 중심 첨단산업 공급망 재편 속에 대만이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수혜를 받고 있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부진 요인으로 피벗(pivot, 금리 인하) 개시 기대감 등 낙관적인 거시경제 여건과 AI 랠리로 대표되는 각국 시총 상위 주도주 중심의 주가 견인 등 주요국 증시 강세의 요인 모두 국내 증시만큼은 비켜가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 세계 20대 증시 중 14개가 최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경우 경제는 견고한 동시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한풀 꺾이면서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상태다. 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896년 출범 후 128년 만인 지난 17일(현지시간) 사상 최초로 4만 선을 돌파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나스닥지수도 연이어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 중이다.
유럽의 경우에도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기업들이 낸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보다 금리를 먼저 내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블랙록은 일본 증시에 대해 “기업 지배 구조 개선, 국내 투자, 임금 상승 등으로 장기적 전망이 좋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일명 ‘대장주’로 꼽히는 주요 대형주들이 선봉에 서 주가 지수를 끌어올렸는지도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린 세계 주요 증시와 ‘제자리걸음’에 머문 한국 증시의 대표적인 차이점이다. 올해 증시 상승률 2~5위 덴마크, 대만, 네덜란드, 일본의 경우 차례로 ‘비만치료제’ 삭센다 제조사 노보노디스크(+33.24%), 글로벌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46.21%), 반도체 업계 ‘슈퍼을(乙)’ ASML(+33.38%), 역사적 엔저(円低)로 인한 수출 호조를 보인 도요타자동차(+28.77%)가 각각 이끌었다. 한국 증시 시총 1위 삼성전자의 주가가 올 들어 4.65% 하락한 것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 증시의 경우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지수 상승을 견인할 대형주의 수가 미국, 일본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고 수출 중심의 특정 종목과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이 올해 주가 등락률에 불리하게 작용했다”면서 “한국 정부가 직접 나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한 주가 부양책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들고나왔지만, 세제 혜택 등에 대한 구체성이 떨어지는 등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면서 증시가 추세적으로 오를 유인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