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협, 상반기 펀드시장 결산 발표
美 증시 활황에 국내투자 인기 시들
ETF 성장에 공모펀드 정체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올해 상반기 인공지능(AI) 랠리를 주도한 미국 빅테크 기업의 투자 선호도와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국내 펀드시장에 98조원 넘는 투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ETF(상장지수펀드)가 펀드시장 성장세를 주도하면서 공모펀드의 투심이 좀처럼 되살아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10일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올해 상반기 펀드시장 동향에 따르면, 6월 말 전체(공모·사모) 국내외 펀드 순자산총액은 1069조5000억원으로 상반기 들어 98조1000억원이 증가했다. 펀드 유형별로 보면, 채권형펀드(18조8000억원)이 가장 많이 늘었으며 ▷주식형펀드(18조6000억원) ▷MMF(18조2000억원) ▷재간접펀드(10조300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해외주식형 펀드와 국내채권형 펀드의 성장세가 뚜렷했다. 상반기 해외주식형 펀드의 순자산은 전년 말 대비 39.4%(16조원) 증가한 56조7000원을 기록했다.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미국 빅테크 관련주가 급등했고 팬데믹 이후 글로벌 경기가 비교적 연착륙하면서 투심이 견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채권에 투자하는 펀드의 순자산도 17조원 넘게 증가한 149조원대를 기록했다.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채권 투심도 되살아났다는 설명이다.
반면, 올 들어 150조원을 돌파한 ETF와 달리 공모펀드는 성장이 정체된 모습이다. ETF 상품을 제외한 주식형 공모펀드 규모를 살펴보면, 4.5년 전 대비 2조원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채권형 공모펀드도 1조3000억원 소폭 증가한 수준에 그친다. 금투협 관계자는 "ETF가 거래 용이성과 낮은 판매보수를 앞세워 투자금을 대거 유입시키면서 공모펀드는 규모 면에서 성장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한편, 미국 증시로 눈을 돌리는 펀드 개미들도 늘어나는 모습이다. 2020년 말까지만 해도 주식형(국내·해외) ETF의 해외 비중은 약 5%에 그쳤지만 최근에는 약 41% 수준까지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팬데믹을 거치면서 해외 주식 투자 수요가 폭증한 데다 올 들어 미국 증시가 AI 상승장을 주도하면서 국내에서 해외로 이탈하는 투자자들이 더 늘어났다는 해석이 나온다.